[데스크 칼럼] 노 메모리, 노 프로블럼?

백현충 편집2팀장
"내가 누구라고? 도리! 도리?"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에서 주인공 물고기 ‘도리’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자신의 이름조차 종종 잊을 정도다. 그런 그가 부모를 찾는 모험에 나선다. 도중에 거대하고 무서운 상대를 만나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금방 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친구인 문어가 부러운 듯 중얼거린다. "노 메모리, 노 프로블럼(기억하지 못하면 문제가 될 것도 없지). 너는 정말 좋겠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의혹
잇단 증언에도 하나같이 모르쇠
포도넝쿨처럼 휘감긴 거짓말들
실체 규명만이 성난 민심 달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까먹는 도리의 모험담 같은 일이 ‘최순실 게이트’라는 이름으로 요즘 우리나라에서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고 있다. 관련자들은 하나같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발뺌한다. 새로운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의 기억력은 거짓말처럼 형편없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모신 청와대 비서관들부터 그렇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불법 모금을 도운 지적에 대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돈을 내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장관 후보 명단을 넘긴 문자 메시지 흔적에도 불구하고 "그 전화기를 사용한 지 오래됐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순실은 한술 더 떴다. 자신의 셀카 사진까지 들어 있는 태블릿PC에 대해 "누구 것인지 모르겠고, 사용할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경쟁하듯 과시하던 여당 내 친박계 인사들도 다르지 않다. 다들 최순실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단다. 발뺌이 상식선을 넘어서자 급기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최순실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다 알았지. 그걸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날을 세워 비판했다.

도리가 방금 일어난 일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단기 기억상실증’이란 증상 때문이다. 대통령 보좌진과 장차관들이 한꺼번에 도리의 병에 걸렸단 말인가. 기억을 못 해서가 아닐 테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정치적 발언을 통해 무엇인가를 숨기거나 은폐하고 싶은 것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저서 <공화국의 위기>에서 대통령 주변 사람들, 특히 보좌관에 대해 "대통령에게 제시될 정보를 걸러내고 외부 세계를 해석해 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라고 풀이했다. 그들로 인해 한 국가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어야 할 대통령은 되레 ‘자신의 선택 폭이 미리 결정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심지어 조작의 유일한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고 아렌트는 경고했다.

그가 겨냥한 것은 베트남 패전 상황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은 미국 대통령이었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대통령도 묘하게 오버랩된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15.5%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대통령의 위기는 정권 위기를 넘어 국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책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아침을 먹기 전에 불가능한 일을 여섯 가지나 믿어 버릴 수 있다"라는 말로 인간이 허구를 지어 말하고, 이를 믿는 데 있어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가졌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 뛰어난 능력이 자신을, 사회를,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리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거짓이 더 이상 포도넝쿨처럼 나라 전체를 휘감지 않도록 하는 것, 즉 진실이 온전히 드러나도록 ‘돕는’ 것이다. 국민은 거짓이 어떻게 누적됐고, 실체를 가린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를 알 권리가 있다. [email protected]

[필동정담] 대통령의 연설

1863년 11월 19일.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연설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에서 행해졌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으로 기억되는 이 연설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이 사용한 어휘는 272단어, 시간으로는 2분에 불과했다. 웅변가 에드워드 에버렛이 2시간이나 열변을 토한 뒤였다. 에버렛은 후일 이렇게 말했다. “나는 2시간을 떠들었지만 대통령께선 2분 만에 더 많은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이 짧은 연설에서 링컨은 남북전쟁의 목적이 단지 연방의 수호가 아니라 자유와 평등의 수호에 있음을 처음으로 천명했다. 연설은 또한 한 글자도 더하고 빼기가 불가능할 만큼 자기완결적인 문장, 시적 감수성과 운율로 정치언어가 도달할 수 있는 극점을 보여주었다. 워낙 유명하다 보니 연설문을 게티즈버그로 가는 기차 안에서 편지봉투 뒷면에 휘갈겨 썼다는 야사까지 생겨났지만 어디까지나 야사일 뿐이다.

링컨이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로부터 짧은 연설을 부탁받은 것은 행사 2주 전이었다. 그보다 4개월 전 게티즈버그에선 남북군 간 교전으로 4만5000여 명의 병사가 죽거나 다쳤다. 남북전쟁 최대 격전지에서 행해질 이 전몰용사 추도식이 역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직감한 링컨은 연설 요청을 수락하자마자 문안 준비에 들어갔다. 행사 나흘 전 링컨은 친분 있던 기자에게 “쓰긴 썼는데 아직 마무리가 안 됐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링컨이 마지막 문장을 완성한 것은 연설 하루 전날 밤 게티즈버그 숙소에서였다.

링컨에게는 통치행위로서 ‘메시지’의 중요성을 간파하는 직관력, 그리고 이를 가장 세련된 언어로 표현해내는 문장력이 있었다. 그러나 링컨의 연설이 갖는 힘이 단지 문장력에 기반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작가 로드 찬우드는 링컨 전기에서 이렇게 썼다. “그는 웅변가의 최고 무기인 발언 이면의 인격을 갖고 있었다…정치가로서 동포들에게 어떤 거부할 수 없는 임무를 갖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점은 그 어떤 웅변술보다 중요했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불꽃이 일게 만드는 것은 링컨이 품었던 진정성과 도덕적 신념인 것이다.

링컨이 이해하고 실천했던 것처럼 대통령의 연설은 통치행위 그 자체다. 링컨은 인격과 신념이 녹아든 연설로 통치를 시대정신으로 끌어올렸다. 우리는 연설의 수준은 둘째치고 거기에 담긴 것이 대통령의 인격인지, 다른 누구의 것인지조차 헷갈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참담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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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윤의 '중국과 中國' (6) 체면<2>] 중국인과의 문제, 체면 고려해 풀어야

중국인이 체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실에서의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 본다. 중국인들 하고 회의하다 보면, 자신들의 의견을 먼저 내는 경우가 별로 없다. 대부분 “당신의 생각은 어떠지요?”이다. 상대방이 체면을 상해 불쾌해할 염려가 우선이다 보니 자기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드러내서 잘 표현하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會上不說會後亂說(회의에서는 말 안 하고, 회의가 끝나면 마구 떠든다)’의 경우다.

집단토론을 할 때 “상대방 또는 상대 부서의 잘못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은 생각보다 효과가 적다. 대부분 ‘잘못에 대한 인정과 해결’보다는 ‘나를 겨냥한 지적’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중국인들은 토론의 내용보다는 상대가 내 편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데 집중한다”고 말한다.

중국인에겐 人情이 곧 원칙

냉소적인 비판으로 유명한 젊은 문화연구자 장이민은 “중국인은 화합(和合)을 지나치게 중시한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중국 사람은 논쟁을 즐기나, 사실은 논쟁 자체와는 무관하다. 중국인들의 논쟁에서 중점은 바로 논쟁자의 태도다. 논쟁 중에 상대방의 논리 등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그들의 위치, 즉 ‘너는 누굴 위해 말하는가?’가 바로 사람들과 논쟁할 때의 중점이다. 그러다 보니 건설적인 토론보다는 집단 간의 충돌과 모순을 강화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우리도 비슷하다고? 중국인들이 훨씬 심하다! 어떤 학자는 중국인의 ‘체면’은 마치 남태평양 토인들의 금기(禁忌)와도 같다고 말한다.

한 번은, 모 회사가 공금을 횡령한 직원을 고발했다. 어찌된 일인지 공안당국에서 나서지 않는다. 평소 잘 아는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처음에는 “말이 안 되는 사건이네요. 걱정말라고 하세요”라는 답을 들었는데, 며칠 뒤 “이 일은 내가 도와주기가 곤란하네요. 이미 몇 달 전에 해당 경찰 쪽에서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증거도 명백하고, 본인도 잘못을 시인했는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바로 동료가 이미 봐주기로 말한 건을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뒤집는 순간 그 동료의 체면은 상한다.

이중톈 교수는 “중국인은 인정만을 중시하고, 원칙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 정확하지 않다. 정확히 표현하면 ‘인정이 바로 원칙’”이라고까지 말한다. 나와 관계가 있는 상대방의 체면에 대한 배려다. 더 나아가 이렇게 체면과 관련돼 발생한 문제는 반드시 체면의 고려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어느 부서 또는 책임자가 어느 날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불합리한 주장을 들고 나왔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주장을 강조만 하는 것은 중국에서는 최선이 아니다. 더구나 시급하다고 해서 우리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융단 폭격하듯이 공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무턱대고 주위 부서를 통해서 또는 위에서부터 해당 부서 또는 담당자에게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행위는, 비록 그것이 우리 눈에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고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해결 방식은 때로는 치명적인 실수가 된다. 본래 단지 한 번 살짝 꼬인 실타래는 이럴수록 점점 더 복잡하게 꼬인다.

'설명'·'압박'보다는 '설득'이 필요

중국 말에 “下不了臺(무대를 내려올 수 없잖아)”, “沒有臺階(내려올 계단이 없어)”라는 말이 있다. 상황에 따라선 “체면을 손상하지 않고, 무대에서 잘 내려오려 해도 방법이 없다! 이제 어쩌지?”의 의미가 된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문화에서는 나의 소신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도 매우 중요하다. 무대 위에서 어쩔 줄 모르는데, 이럴 때 손가락질을 하고 지적질을 하면 곤란하다. 설령 그가 잘못 처신했다 하더라도, 그가 스스로 자신(또는 부서)의 체면을 잘 수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저명한 황광궈(黃光國) 대만대 교수는 중국식 중재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체면이 있는(사회 지위가 높은) 이가 나서서 ‘내 체면을 봐주라’고 얘기한다. 잘 해결됐다면 ‘모두 체면이 유지됐다(都有面子)’고 말할 것이다.”

우리가 논리적으로 옳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과의 교류 역시 크고 작은 협상의 연장선에 있다면 윈윈하는 것이 당연히 최선일 것이다. 논리로만 무장한 ‘설명’과 ‘압박’보다는 체면을 염두에 둔 ‘설득’이 필요하다.

류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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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경제 회생, ICT 생태계 복원에서 시작해야

핵심 기기는 외국산에 장악된 한국 ICT
성급한 시장개방에 ICT 생태계 붕괴
국내 산업 발목잡는 규제부터 손봐야

박진우

정보통신을 인간의 신경에 비유하기도 한다. 신체 부위가 아무리 튼실하다고 해도 신경이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으면 온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도 반도체, 이동통신, 인터넷, 방송 등 정보통신을 중시하고 있고 이는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4차 산업혁명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이 산업 간 융합을 이끌어내면서 신산업 및 일자리 창출이 이뤄진다고 하니, 미래 국가산업경제에서도 ICT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우리 정보통신 세상이 우리가 제조한 ICT 제품으로 채워지기보다는 해외 기업 제품의 점유 폭이 커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카카오톡, 네이버, 내비게이션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리바바, 페이스북, 샤오미, 화웨이 등이 차지하는 범위가 커지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상거래, 물류, 금융, 기업 정보통신망 등 전문 서비스 영역에서 이들 해외 제품의 점유율은 더 크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ICT산업 융합제품인 드론(무인항공기),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첨단 의료장비 및 서비스 등에서도 해외 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ICT 주도권 편향에는 유럽연합(EU)에서도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이 왜 이런 처지에 놓였을까. 국내 ICT 생태계가 깨졌기 때문이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ICT 생태계 구성 요소는 정부, 통신사, 제조사, 연구계(국가출연연구소), 그리고 이용자다. 지금은 이들 구성요소가 뿔뿔이 나뉘어 각자도생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구성요소 간에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협력보다는 충돌과 갈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는 ICT 생태계 관리를 책임지는 정부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2000년대 들어 ICT 강국이라는 착시에서 국내 ICT 기업의 생존텃밭인 국내 시장을 세계 거대기업에 개방했고, 국내 ICT 기업을 세계 경쟁시장으로 등 떠밀어 내보내려 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한 수많은 ICT 기업이 생명력을 잃고 사라져 현재 상태에 이르렀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분위기도 소멸됐다. 해외시장에서 그나마 선전하는 대기업은 국내에서 중소기업의 자생적 발전을 막는 주체로 비난받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제도 등의 정책도 구호 수준에 머물면서 실효가치를 잃고 말았다. 여기에다 ICT산업이 잘나간다고 착각하던 정부와 정치권은 개인정보보호법,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등 강력한 규제 정책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국내 ICT 시장이 왜곡돼 국내 기업 성장은 억제하고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을 조장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ICT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려하기보다는 국내 ICT업계를 압박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규제 법규는 일단 제정되면 이에 얽힌 사람과 기업, 특히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의 이익충돌 상황이 전개되면서 법규 개정이 지극히 어려워지기 때문에 더 신중했어야 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는 정보통신을 물 또는 공기와 같은 필수불가결한 생활요소로 강조하며 정보통신 요금 인하란 듣기 좋은 구호로 통신사를 압박하고 있다. 정보통신은 무한정한 자원이 아니고 수많은 ICT 생태계 요소가 연결돼 이뤄내는 경제적 산물이다. 지나친 통신사 압박은 통신 인프라 투자 감축 또는 값싼 해외 제품 도입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국내 ICT산업 전반에 압박으로 작용해 국내 산업 위축과 해외 기업 진입 확대로 이어지는 결과로 나타난다.

국가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국내 ICT 생태계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협력적이고도 생산적인 관계로 복원시키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 및 사회의 규제 분위기를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상생 발전 분위기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의 정보통신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해외 ICT 기업과의 협력관계까지를 포함한 절묘한 국내 ICT 생태계 활성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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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 키울 '하드 브렉시트'

예상외로 미미한 브렉시트의 경제 타격
이민정책 등 부딪히면 불확실성 커질 것

한철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4개월이 지났다. 한동안 조용하던 브렉시트 관련 논의는 지난 9월 테레사 메이 총리가 내년 3월까지 브렉시트를 위한 협상을 개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10월7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파운드화의 일시 폭락 사태는 앞으로 전개될 브렉시트 협상 결과가 세계 경제에 어떤 충격을 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브렉시트가 영국뿐 아니라 유럽, 나아가 세계 전반의 경기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많은 경제학자나 연구소들의 지배적 우려와 달리 지난 4개월 동안 영국 경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가디언의 조사에 따르면 일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해도 영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비는 거의 위축되지 않았고, 인플레이션은 예상을 밑돌았으며, 집값이나 임금 인상률 등도 예측한 것보다 좋았다. 실업률은 지난 11년간 최저치를 기록함으로써 고용시장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파운드 약세에 힘입어 수출 또한 증가했다.

여기에는 영국 중앙은행의 즉각적 금리 인하, 아직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되기 전이라는 점 등이 작용한 측면이 있지만 수치가 보여주는 브렉시트의 부정적 경제 영향은 분명 예상 외로 미미하다. 이에 따라 많은 애널리스트도 향후 경제 전망을 좀 더 긍정적 방향으로 수정하고 있다. UBS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을 1.3%에서 1.9%로 상향 조정했고, 내년엔 0.7%로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는 여전히 이전의 예측치 0.5%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최근 테스코 최대 공급사 중 하나인 유니레버의 가격 상승압력이 일부 상품의 판매 중지로 이어진 사례는 우려하던 물가 상승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여러 주요 은행이 런던 사무소의 규모 축소를 발표하면서 런던의 유럽 금융 중심지로서의 지위 상실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파운드화 약세는 수출기업에 유리하지만 많은 기업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며, 임금 상승률은 예상보다 나았지만 둔화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아직 브렉시트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도 영국 경제가 안정적일 것이라 예단하는 것은 이르다. 특히 메이 총리가 이민자 관련 정책에서 양보할 뜻이 없음을 내비침으로써 브렉시트 협상은 쉽지 않은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이민 제한 정책을 고수하는 한 유럽 단일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까지 얻을 수는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 브렉시트에 찬성한 일부 사람들은 이민자 감소로 인한 자국민 고용 확대와 임금 상승이 무역 장벽으로 인한 경제 손실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폐쇄적 이민 정책은 오히려 영국 경제에 해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약 영국이 하드 브렉시트를 택함으로써 무역 및 투자가 감소하고 동시에 폐쇄적 이민 정책으로 인한 이민자 감소가 영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한다면, 영국 경제는 기존의 예측을 넘어선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영국 경제 침체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수익을 얻으려면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위험이 곧 수익을 의미하진 않는다. 수익을 동반하지 않는 불확실성은 회피하는 것이 상책이며 하드 브렉시트는 세계 경제에 대가 없이 불확실성만 키우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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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OECD 가입 20년, 미래 인재 양성 주도해야

4차산업혁명은 교육의 변화 요구
일·학습병행, 평생학습기반 구축 등
성공적 교육개혁 이끄는 계기 되길

김재춘

한국 학생이 1, 2등을 차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한다. OECD는 교육과 인적 역량을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 한국과 OECD의 인연은 OECD 가입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한국은 OECD 교육위원회의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 교육은 고등학교 단계까지 보편화된 상태였고, 이런 양적 팽창을 기반으로 교육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전환기에 놓여 있었다. 특히 1996년 OECD 가입 당시 한국은 ‘5·31 교육개혁’을 통해 열린교육사회, 평생학습사회를 위한 교육기반 마련과 지식기반사회가 필요로 하는 질 높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대변혁을 꾀하던 시기였다.

OECD 가입은 한국 교육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한국은 OECD에 ‘교육지표’ 등 다양한 교육 관련 통계자료를 제공하고 PISA, 교수학습국제조사(TALIS),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등에 참여해왔다. 이런 국제교육협력활동을 통해 글로벌 맥락에서 한국 교육의 상황을 파악하고,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데이터와 증거에 기반해 교육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한국은 OECD 가입 20년 만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두 배로 증가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할 수 있게 됐다. 2009년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거듭났다.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난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의 핵심 동력을 얘기할 때 OECD의 관련 보고서에서 단골로 언급되는 것이 ‘교육’이다. 한국 학생들은 PISA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질 높은 교원과 자녀교육에 열정적인 학부모는 OECD 국가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2001년엔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OECD 평균의 두 배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OECD 평균에 근접해가는 등 교육 여건도 꾸준하게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 OECD 교육 분야 활동에서 다가올 20년을 준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자동화, 디지털화, 인공지능 등 급격한 기술 발전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우리의 교육과 인적 역량 정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양적 성장과 더불어 ‘웰빙’을 고려하고, 평균값뿐 아니라 양극화 정도 등 전체의 분포를 동시에 고려하는 포용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며, 그 과정에서 교육과 인적 역량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한국은 지금 국가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역량 기반의 새로운 교육과정 마련, 자유학기제 등 꿈과 끼를 찾아가는 행복교육, 일·학습 병행을 통한 인적 역량의 향상, K무크(MOOC·온라인 대중공개강좌)를 통한 평생학습 기반 구축 등 미래사회에 대비한 한국의 교육개혁은 OECD에서 논의되고 있는 교육의 미래 프로젝트와 많은 점이 닮아 있다. OECD 가입 20년간의 경험과 학습이 한국 교육개혁 성공에 기여하고, 성공적인 교육개혁이 미래 교육을 위한 OECD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선순환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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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 칼럼] 보수의 종언

주 필박근혜 뒤에 숨어 기회주의 은폐해온 부끄러운 실상

보수 간판 새누리당에 ‘경제적 자유’ 아는
진짜 보수는 과연 몇 명이나 있나

정규재 주필 [email protected]

박근혜 대통령이 직면한 정치적 위기는 그대로 한국 보수의 위기다. 무능 부패하고 기회주의적이며 사분오열적인 보수의 맨 얼굴 말이다. 보수의 위기는 지력의 고갈과 도덕의 파탄이 그 본질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조차 대통령 하야나 탄핵, 혹은 거국내각을 거론하는 것은 한국의 보수가 어중이떠중이 배덕자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니 그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유와 자기책임을 골격으로 하는 진정한 보수였던 적이 없다. 어쩌다 특정 지역에서 정치를 시작한 탓에 새누리당 간판 뒤에 몸을 의탁해온 것이다.

새누리라는 당명부터가 그렇다. 새누리당은 영어나 한자 이름이 없다. 그래서 발음을 따라 saenuri라고 쓴다. 일본에서는 ‘신천지’라고 번역한다. 영어로 굳이 번역을 하자면 new world party다. 이는 남미형 좌익혁명 정당의 이름이다. 새누리당 핵심 인물들의 정체성도 마찬가지다. 김무성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격차’를 강조하고 있고, 유승민의 영업 표지는 ‘사회적 경제’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지난 국회 개원 연설은 심하게 좌익적이었다. 남경필 원희룡 등은 좌편향 시류를 따를 뿐 정치 이념이랄 것이 없다. 중견 정치인 중에는 홍준표 김문수 정우택 정도가 보수, 혹은 우익적이라고 할 만하지만 이들은 언제나 당내 소수파다. 기회주의자 연맹이 그들에겐 절대로 기회를 주지 않는다. 김진태 같은 젊은 보수가 있지만 당을 혁신할 비전도 의욕도 없다. 지금 친박이 밀고 있다는 반기문은 국제파 환경주의 좌익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는 곧 배신을 때릴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97년이다. 인고의 시간을 살아온 박근혜는 ‘리더 부재’였던 보수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부터 끌려나왔다. 그게 박근혜 스토리의 전부다. 안보에서만큼은 확고한 보수였기에 그리고, 국민들은 안보관이 불투명한 문재인을 차마 선택할 수는 없었기에 박근혜를 선택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경제민주화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된 것은 자유와 시장을 뼈대로 하는 ‘이념의 보수’가 국내 정치에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친기업 깃발을 들었던 이명박 정부조차 동반성장의 슬로건을 함께 내걸었고 실용주의라는 타협적 간판으로 정체성을 숨겼다. 아니 이명박 정부 안에 자유시장주의자는 대통령 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을 말하지 않았다. 아니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기에 그 단어는 지금도 새누리당 내에서 사실상 금기어다. 대학가와 지식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보수는 단 한 번도 내부의 이념투쟁을 거친 적이 없다. 선수(選數)를 빼곤 지력의 서열과 가치의 우열이 없다. 부패한 지역 호족들이 오직 선수만 내세워 지도부를 구성해왔다. 민주당은 투옥 경력이나마 분명한 서열이 있었다. 김근태가 계급장 떼고 붙자고 했을 때는 그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노무현도 그 말을 빌려 썼다. 한국의 보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억지로 보수의 깃발을 떠맡겼고 과중한 책임을 지웠다. 그게 이제 한계에 온 것이다. 위기가 닥치자 보수는 바로 사분오열하고 있다. 이념이 없으니 기회주의가 준동할밖에.

대통령의 지력은 드러난 그대로다. 그러나 문재인 김무성을 비롯한 다른 대권 후보들의 지력도 다를 것이 없다. 그게 우리 수준이다. 언론이 박근혜를 내칠 때는 그 점도 기억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민원과 청탁을 해결해주고 예산을 따올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는다. 국가적 인물이나 정치적 지력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정치권이 점차 저질의 인물들로 들어차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치 대중은 종종 민중적 추동력에 매몰된다. 광장에서 무언가 군중 권력의 도취감을 맛보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광우병이든 최순실이든 월드컵이든 불과 열흘의 화끈한 캠페인이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는 뒤집어진다. 후진적 특징이다. 새누리는 이제 해체하는 것이 좋겠다. 민주당은 문호를 활짝 열어 그들을 환영하라.

정규재 주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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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세상을 바꿔라4 | 세상을 바꾸기 위한 13인 전문가의 외침

오래포럼·김병준 외 지음/ 오래/ 2만원
로봇과 인공지능, 그리고 4차 산업혁명.

매일 언론 지상에 등장하는 단어다. 아쉽게도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잘 대응하고 있는 국가 순위에서 139개국 가운데 25위에 그친다.

한때 한국은 자만에 빠졌다. 중국은 저 멀리서 뒤쫓아오기 급급하다고 생각했으며 일본은 이미 따라잡았다고 봤다. 아니었다. 일본은 저력이 있었고 중국의 도전은 예상보다 강했다. 정체된 것은 산업과 과학 분야뿐 아니다. 정치는 날로 퇴보하고 있고 북핵 문제, 외교관계도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위기다.

비영리 공익법인 오래포럼(함승희 회장)은 지난 1년간 오래정책연구원 주관으로 축적한 연구 성과를 모은 단행본 ‘세상을 바꿔라4’를 출간했다. 각종 정치적 이슈는 물론 과학기술, 정신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다뤘다. 참여정부 정책실장이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한·일 관계 세 장면과 우리 안의 적’이란 글에서 양국 관계 악화 원인을 일본 우익에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 밝히면서 동북아역사재단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육군 제1기동단장을 지낸 이준구 장군의 ‘한국 방위산업의 위기와 새로운 도전’ 등이 실렸다. 오래포럼에 소속된 전문가들은 책을 통해 현재 위기를 진단하면서 전면적인 국가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함승회 오래포럼 회장은 “각 분야 전문가들의 제언이 국정 개혁에 참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승태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81호 (2016.11.02~11.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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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그릿 | IQ를 뛰어넘는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비즈니스북스/ 1만6000원
특별할 것 없는 재능과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놀라운 성공을 일궈낸 사람들, 또 이와는 반대로 일류대를 나왔거나 천재적인 재능을 갖추고도 그저 그런 성취에 머물고 마는 사람들에겐 이유가 있지 않을까. 똑같은 조건에도 누군가는 뛰어난 성취를 이루고, 또 누군가는 그저 그런 삶에 머무르는 현상을 분석한 책이 출간됐다.

책의 제목인 ‘그릿(GRIT)’은 역경과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견디는 마음의 힘을 통칭하는 단어다. 성공의 비결이 재능이 아닌 그릿에 달려 있다는 게 책의 요지다.

책은 그릿을 어떻게 적용할지 명쾌하게 전달한다. 우선 ‘열정’, 즉 관심사를 분명히 할 것, 그리고 관심사가 성과로 연결되도록 ‘의식적인 연습’을 할 것이다. 이후 높은 목표의식을 통해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탄생된다고 설명한다.

[정다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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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밀수 이야기 | 밀수는 어떻게 문명과 세계사를 바꿨나

사이먼 하비 지음/ 김후 옮김/
예문아카이브/ 2만원
“나의 해적은 들으시오. 그대의 함선을 가득 채워서 돌아오시오.”

1568년 잉글랜드 엘리자베스 1세는 세계 일주 항해를 시작하려는 프랜시스 드레이크를 은밀히 불러 이렇게 명령했다. 여왕이 명한 임무는 다름 아닌 당시 스페인이 독점하고 있던 ‘향신료’의 밀수였다. 심지어 여왕은 발포와 약탈도 허락했다. 1811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영국 밀수꾼들을 위해 프랑스 그라블린(Gravelines)에 위치한 외국인 거주지에 ‘밀수 도시’를 세워줬다. 나폴레옹 1세가 된 이 황제의 목적은 영국 금화 ‘기니’ 밀수였다.

밀수는 ‘몰래 물건을 사들여오거나 내다 파는’ 비공식적이고 불법적인 매매 행위를 말한다. 누가 봐도 부정적인 단어지만, 단순 범죄로만 치부하기엔 역사적 의미가 적잖다. 밀수는 때때로 문명을 전파하고 세계지도와 권력을 바꿨으며, 그렇게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놨다.

▶목화씨 밀반입한 문익점도 ‘위대한 밀수꾼’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밀수 사건이 많았다. 고려 공민왕 시절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밀반입한 문익점은 우리 입장에선 ‘위대한 밀수꾼’이었다. 통일신라 흥덕왕 때 중국에서 차를 밀수해 들어온 김대렴도 마찬가지다.

런던대 골드스미스칼리지에서 미술사학을 강의하는 저자는 “밀수가 없었다면 문명의 확산도 없었고, 지금의 세계화도 불가능했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그는 “밀수는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연간 10조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밀수의 거의 모든 형태와, 그 일에 뛰어든 수많은 인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노승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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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중국은 질주하는데 한국은 내전적 상황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새 국제질서’의 판을 짜고 주도해 나가려는 각국의 몸부림이 치열하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이고,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변신도 숨가쁘다.

아베 일본 총리의 눈부신 ‘가을 외교’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아베는 지난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일본으로 불러들인 것을 비롯해 인도 러시아 등 주요 15개국 정상을 연내에 또 만날 예정이다. 지난 3년 반의 집권을 통해 높아진 발언권을 기초로 새 질서 구축을 주도해 나가는 모습이다. 러시아와는 쿠릴 열도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열도를 잇는 철도를 놓는다는 계획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군부를 장악하고 리더십을 강화한 것도 중대한 변화다. 시 주석은 이번 6중전회에서 ‘당 총서기’라는 직함을 넘어서는 ‘핵심’이라는 상징적 호칭을 얻었다. ‘1인 독재’에 시동을 건 만큼 앞으로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앞세운 공세적 대외정책이 예상된다. 북핵 사드 남중국해 등으로 갈등 중인 한국으로선 훨씬 큰 시련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새 질서 구축을 위한 능동적 움직임은 동북아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목격된다. 설계된 질서가 주는 편안함을 거부하고 브렉시트를 결단한 영국의 도전이 대표적일 것이다. 높아만 가는 보호주의 파고 속에 자유무역의 깃발을 높이든 캐나다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고집스럽게 자유무역을 지켜온 캐나다는 최근 10년간 경제성장률이 G7 국가 중 최고다. 개방적 자세로 성공스토리를 쓴 캐나다에는 ‘마지막 남은 자유국가’라는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깜빡 졸면 죽는다는 엄중한 국제정세 속에서 오로지 한국만 예외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온 나라가 내전적 상황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사태를 수습해야 할 정치권은 국정이 마비되든 말든, 경제가 표류하든 말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독기 서린 언어들과 무례한 태도로 대한민국을 깎아내리는 데 열중하는 자칭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싸구려 주장도 넘쳐난다. ‘자학을 즐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저급한 조롱과 선동이 난무한다. 세계는 내달리고 한국은 내부로만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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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칼럼]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국민은 분노한다. 부끄럽고 충격적인 일에 온 나라가 들썩인다. 비선(秘線) 실세의 ‘국정 농단’ 사건이 정권의 블랙홀로 등장했다. 최순실은 ‘어둠의 실력자’였다.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서를 미리 받아본 그는 인사·외교·안보·행사 곳곳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잘못을 시인했다.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펄쩍 뛰었던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무능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비선 실세의 국기문란 행위는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다. 통치자의 눈과 귀를 가려 권력의 존립을 뒤흔든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순실 스캔들을 두고 “고려를 멸망하게 한 신돈(辛旽)과 같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고려 왕실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괴승 신돈이 전권을 장악했다. 노국공주 사망 이후 공민왕은 정사에서 멀어졌다. 신돈은 역술과 미신으로 온 나라를 혼탁하게 했다. 신돈 주변의 간신들은 온갖 비행을 저질렀다. 측근 세력의 발호에 문신 집단의 개혁은 수포로 돌아갔다.

국가 권력의 사유화는 통치 시스템의 몰락으로 연결된다. LA타임즈는 최순실이 제정 러시아 시대 요승 ‘라스푸틴(Rasputin)’과 같은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던 라스푸틴은 황태자의 혈우병을 낫게 한 공으로 알렉산드라 황후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황제인 니콜라이 2세를 꼭두각시로 만들고 온갖 전횡을 일삼았다. 로마노프 왕조는 결국 볼셰비키 혁명에 의해 붕괴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집권 4년 차 ‘레임덕 증후군’은 어김없이 반복된다. 역대 정권에서 기세등등했던 ‘비선 실세’는 하나같이 법의 심판을 받았다. 전두환정부 때는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이 비리의 핵심 인물이었다. ‘리틀 전두환’이라 불린 그는 새마을 왕국을 세웠다고 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노태우정부 시절엔 영부인의 사촌동생, 박철언이 ‘6공의 황태자’로 군림했다. 김영삼정부 때는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이 ‘소통령’으로 행세하며 국정과 각종 인사에 개입했다. 김대중정부에서는 김홍일·홍업·홍걸 ‘홍삼트리오’가 이권 청탁에 앞장섰다. 노무현정부 시절엔 대통령의 형, 노건평이 ‘봉하대군’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세했다. 이명박정부 때는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이 ‘만사형통’이라는 얘기를 들어가며 각종 비리에 개입했다.

최순실 스캔들은 대통령 40년 지기, 측근에 의해 벌어진 ‘현대판 수렴청정’ 사건이다. 박 대통령은 지혜와 명민함과 예지 능력까지 갖춘 신라시대 선덕여왕과 대비된다. 선덕여왕은 탁월한 인재등용책을 통해 삼국통일의 기틀을 닦았다. 그가 뽑은 최고 인재는 김유신과 김춘추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측근 관리에 실패했다. 친인척 단속에는 엄격했다지만 비선 실세에 의존하고 그들의 준동을 방치했다. 소통하라는 권고와 수많은 경고음을 외면했다. 그 결과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자격 논란에도 휘말린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처음 10%대로 떨어졌다. 대학가·종교계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른다. 외국인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인식하고 주식을 내다 팔았다. 박 대통령이 깜짝 제시한 개헌 카드도 최순실 쓰나미에 묻혀버렸다.

원칙을 깨고 반칙을 일삼는 비선 정치에 법치주의가 훼손됐다. 국무총리와 내각, 청와대 참모진은 허수아비 신세가 되고 말았다. 국정은 마비되고 증권가 지라시에 온갖 억측과 루머가 난무한다. 최순실 소환과 수사는 빠를수록 좋다.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 비리, 공무상 비밀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모든 혐의를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 아울러 최순실 모녀의 자금 세탁·탈세 의혹에 대해서도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인적 쇄신을 통한 국가 운영 시스템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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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대한민국의 블랙홀 된 최순실 게이트

JTBC가 최순실 씨가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에 담겨 있는 최 씨의 사진을 지난 10월 26일 공개했다. 한편 최 씨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태블릿PC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순실이 우리나라를 흔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최순실 씨 관련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알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보좌 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밝혔다.

이런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본 많은 국민은 망연자실했다. 최순실이란 인물은 어떤 직책도, 그렇다고 어떤 공식적 역할도 맡지 않은 그야말로 일반 국민의 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한테 연설문과 홍보를 ‘자문’받았다는 것을 대통령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에 대한 탈당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최순실 사태는 대통령의 사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새로 시작되는 것”이라며 “여야가 특검 도입을 합의하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대통령이 당적 정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 입장은 단순히 비박들 의견만은 아닌 것 같다. 친박 중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최순실 의혹은, 과거 정권에서 불거졌던 친인척 혹은 측근 비리와 비교할 때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은 최고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그 영향력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런 일은 김영삼 정권 때도, 김대중 정권 때도 있었다. 그 이후 노무현, 이명박 정권 때도 익히 봐왔다.

그다음이 문제다. 과거 정권에서의 친인척 측근 비리는 최고 권력이 그 문제의 핵심에 서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여지는 적었다. 그런데 이번 최순실 의혹은 대통령이 직접 최순실과 접촉하며 의견을 들었고, 그래서 대통령이 논란의 핵심에 있다는 사실이 과거 사례와는 다르다. 이는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최순실의 과거 역할을 인정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대통령은 왜 이런 사실을 인정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을까. 일부 언론에서는 최순실을 둘러싼 의혹이 점점 더 커지면서 국민 여론이 안 좋아지고 레임덕이 빨리 올 가능성이 높아지니 빨리 봉합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수습이 더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이 밝힌 최순실 씨의 역할은 대선 전부터 대충 2014년 상반기 정도까지다. 그런데 이런 시기적 규정은 박 대통령의 발목을 또다시 잡을지 모른다. 혹시라도 최순실 씨가 그 이후에도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면 그때는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해질 수 있다. 그뿐 아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서 최순실 씨의 역할을 연설, 홍보 분야에 국한시켰는데 만일 이 분야 이외까지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흔적이라도 나오는 날엔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벌써부터 최순실 씨가 외교와 남북관계 문제까지 개입한 흔적이 있다는 의혹들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이런 사과는 법적 논쟁으로도 비화될 수 있다. 대통령 연설문 초안이 과연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부분부터, 이런 종류의 문건 유출을 기밀 유출로 봐야 하는가 하는 부분 등 법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야당의 공세는 달라질 수 있고,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격랑에 빠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탄핵 혹은 하야에 대한 얘기도 나오지만, 야당은 거기까지는 안 갈 것으로 생각한다. 본인들이 과거 탄핵 역풍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자칫 너무나 세게 나갔다가는 오히려 자신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을 할 터다. 야당은 최대한 최순실 문제를 양파 껍질 벗기듯이 하나씩 제기하면서 이 문제를 최대한 오래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10월 24일 발표한 개헌의 운명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 야권 반응은 조금씩 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개헌 공약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그리고 최순실 씨를 둘러싼 의혹을 덮기 위한 방책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순실 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를 덮거나 지지율 추락에 대한 위기 탈피용 개헌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우병우, 최순실 등 이슈에 대해 ‘블랙홀’을 만들려는 정략적인 부분도 숨어 있지 않나 싶다”면서도 “만시지탄이지만 우리 당으로서는 평가를 한다. 특위 구성 등 논의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더불어민주당 측은 부정적 일색인 평가를 했지만, 국민의당은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물론 정당들 입장들이 반드시 대선 후보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기억이 생생하다.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대통령 4년 중임제 얘기를 꺼냈을 때 그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씀한 적이 있다. 지금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을 하시겠다는데 최순실, 우병우 이런 일들을 덮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우려가 듭니다”라고 했다. 박지원 위원장의 발언과는 분명 온도 차이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우선 박 대통령께서 그동안 ‘개헌은 블랙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임기 말에, 또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될 시기에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말씀해왔다”며 “갑자기 지금 개헌을 말씀하시니까, 이제는 거꾸로 무슨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인가 의아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SNS에 “대통령 눈에는 최순실과 정유라밖에 안 보이는지? 재집권 생각밖에 없는지?”라고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야당 주장은 맞는 셈이 됐다.

역설적으로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는 이번 최순실 사태가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앞에 언급했듯 이런 권력 유착 비리 의혹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으려 하는 것이 맞다. 그 근본적인 해법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해체에 있어야 한다. 대통령 측근, 친인척 비리 의혹은 매 정권마다 등장했고 이런 의혹의 중심에는 늘 제왕적 대통령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명분도 있다. 지난 1987년 제6공화국 헌법을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뒀던 부분은 바로 독재의 재발 방지와 민주화였다. 그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이 세월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이 다원화됐고 또 정보도 거침없이 유통될 수 있는 사회가 됐다.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처럼 뉴스위크와 타임지의 특정 페이지가 찢겨진 상태로 판매되거나 먹으로 지운 페이지를 들여다봐야 하는 사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은 독재의 등장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제 민주화를 추구하기 위해, 독재의 재탄생을 막기 위해 만들었던 옷을 바꿔 입을 때가 됐다. 그래서 지금 만들어질 헌법은 민주화를 위한 헌법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헌법이어야 한다.

만일 지금 시기를 놓친다면 언제 이런 시기가 올지 모른다. 바로 이런 점은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명분이다. 하지만 이런 명분에도 불구하고 과연 야당이 어떻게 나올까 하는 부분이 국회 차원에서의 개헌 논의의 핵심이 될 것이다. 정국의 주도권은 이제 야당으로 넘어간 듯 보인다.

그런데 야당은 이런 정국을 최대한 이용해 정권을 잡으려 할 확률이 높지, 개헌에 동의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개헌이라는 블랙홀은 더 커다란 블랙홀 앞에서 맥도 못 추고 하루 만에 사라질지 모르는 운명에 처해졌다.

어쨌든 지금 정국은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다. 분명한 점은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청와대가 안다면 최순실을 빨리 데려와야 한다. 최순실 역시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놔야 한다. 그것만이 이번 사태를 그나마 수습하는 유일한 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81호 (2016.11.02~11.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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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카페] 탐스러운 고종시

본격적인 감 수확 철을 맞아 30일 경남 함양군 백전면에 사는 홍정표(59)씨가 다람쥐처럼 감나무에 올랐습니다. 해발 600m 넘는 고산 지역에서 출하되는 고종시는 당도가 높고 품질이 우수해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귀농 4년차인 홍 선생님, 낼모레 육순이시네요! 너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함양=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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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 민원행정개선 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

전남 고흥군은 최근 전남도가 주관하는 2016 민원행정개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경진대회는 민원행정 개선 우수사례를 발굴, 전파 공유로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민원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9년부터 22개 시군이 참가한 가운데 매년 열린다.

고흥군은 이번 대회에서 ‘운전면허 신체(적성) 검사 서비스 확대 실시’에 대한 1·2차 심사 우수사례로 뽑혀 영예의 최우수상을 얻었다.

고흥군은 올해 읍면 보건지소에 시력측정기 15대, 청력검사기 15대, 삼색식별책자 15권 등의 장비를 구입 배부, 본격 시행 중이다.

박병종 고흥군수는 “공직자들의 업무추진 과정에서 군민들의 실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발굴, 양질의 민원행정서비스를 실현에 나아가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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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홍기철 기자 [email protected]

[World & Now] 아메리칸 드림과 한국계 정치인

“엄마, 숙제 좀 도와주면 안 돼?”

한 초등학생 소년이 엄마에게 부탁했다. 온통 영어로 쓰인 아들의 숙제를 받아든 엄마는 가슴이 이내 답답해졌다. 엄마는 영어를 통 몰랐기 때문이다. 엄마는 고민 끝에 아들의 손을 붙잡고 쌀쌀한 밤거리를 나섰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행인이 지나가면 무작정 소매를 붙잡고 사정했다. “잠깐만이라도 아들 숙제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이 아들의 이름은 피터. 엄마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지 얼마 안 돼 벌어진 수십 년 전의 가슴 저린 에피소드가 절제된 영상에 담겼고 이를 본 관객들은 이내 눈시울을 적셨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인커뮤니티재단(KACF) 연례만찬이 진행된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호텔. 이날 집결한 600여 명의 한인 중 상당수는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 1.5세와 2세들로 피터의 어릴 적 시련은 이들에게 ‘동병상련’의 아픔이었다.

미국 이민 1세대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다는 일념에 이를 악물고 잡화점, 세탁소, 미장원을 꾸려나간 억척스러운 일꾼이었다. 그들은 몰라도 자녀들만큼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내리라는 희망에 주류 미국인들의 괄시와 편견을 견뎌냈다. 그들이 일군 땀의 터전 위에 번듯한 변호사, 금융인, 의사들이 다수 배출됐고 수년 전부터는 미국 의회 선출직에 도전장을 내미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하원의원 4선 고지에 오른 마크 김, 165년 LA 시의회 역사상 최초의 한인 시의원이 된 데이비드 류, 뉴욕주에서 선출된 첫 한인 정치인 론 김, 펜실베이니아주 사상 첫 한인 하원의원인 패티 김 등 대부분 ‘최초’란 타이틀을 달고 미국 주의회와 시의회를 뛰고 있는 한국계 정치 유망주들이다.

미국 교포들은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더 많은 한국계 미국인이 미 정치권을 두드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아쉽게도 미국 연방 상·하원에는 한국계 미국인이 한 명도 없다.

김창준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이 1992~2000년 활약한 이후로 사실상 대가 끊긴 것이다. 반면 미 연방 하원만 해도 일본계·중국계 의원들이 몇 명씩 포진해 있다. 일본계 미국인인 마이크 혼다 연방 하원의원을 많은 한인 교포들이 후원하는 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일궈낸 그가 낙마함으로 인해 위안부 이슈가 미국에서 사장되는 걸 우려해서다. 한국의 이해를 대변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미 주류사회에 전달할 정치인이 우리에겐 더욱 필요하다.

임박한 11월 8일 미 선거일은 차기 미국 대통령뿐 아니라 연방 상·하원, 주지사, 주의회 의원을 동시에 뽑는 날이다. 한인 유권자들이 결집해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만이 제2, 제3의 김창준을 배출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부쩍 커진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한인의 저력을 감안하면 소수 인종의 한계를 뛰어넘을 잠재력은 충분하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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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 지방세 체납액 줄이기 우수군 선정

전남 완도군이 지방세 체납액 징수율 1위에 올랐다.

31일 군에 따르면 행정자치부와 전남도에서 지방세수 확충과 자주재원 확보를 위해 주관하는 ‘과년도 지방세 체납액 줄이기’에서 지방세 체납액 10억6900만원 중 10억2000만원을 정리해 이월체납액 대비 95.4%를 달성해 전남도는 물론 전국 징수율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남도 책정 정리목표액 3억4300만원보다 6억7700만원을 더 징수해 297.4%의 징수율을 올렸다.

군은 이번 평가에서 징수율 1위(종합평가 2위)를 달성해 5300만원의 시책추진보전금을 받았다.

또한 지난 1월에도 ‘지방세 징수율 올리기’ 추진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둬 3000만원의 시책추진보전금을 받아 올해에만 무려 8300만원의 재정수입을 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이번에 올린 성과는 군 전체 공무원들이 한마음이 돼 노력한 성과”라면서” 앞으로도 납세자들이 성실히 납부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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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홍기철 기자 [email protected]

‘익산 미륵사지 유구보존과 복원정비 방안’ 심포지엄

【서울=뉴시스】신동립 기자 = ‘익산 미륵사지 유구 보존과 복원정비 방안’ 학술심포지엄이 4일 전북 익산시 모현도서관에서 열린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익산시가 개최하는 심포지엄에서는 미륵사지 복원정비 연구 현황과 계획, 유구 손상도 평가에 따른 보존정비 방안과 배수체계 개선방안, 국내외 건축유적 보존정비 사례 등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익산 미륵사지 복원정비연구 현황과 과제(김현용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내외 건축유적 보존·정비 및 활용사례(김우웅 명지대학교 한국건축문화연구소), 미륵사지 복원정비 계획(한주성 국립문화재연구소), 미륵사지 건축유구 보존정비 방안(서지은·정지원 국립문화재연구소), 미륵사지 석재유구의 손상도 평가와 보존방안(이찬희 공주대학교), 미륵사지 배수체계 개선방안(하성호 서정엔지니어링)이 이어진다.

익산 미륵사지(사적 제150호)는 백제 무왕 대에 창건, 조선 시대까지 유지된 사찰이다. 1966년 첫 발굴조사 이후 1980~1994년 전체적인 규모와 가람배치의 특징이 밝혀졌다. 2009년 미륵사지 석탑 해체조사 과정에서 석탑 1층 심주석에서 발견된 사리장엄을 통해 639년이라는 창건연대가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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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정기적금

근로자재산형성저축의 약칭인 재형저축은 박정희정부 시절인 1976년 도입돼 1995년까지 19년간 존속했다. 전성기는 1980년대 초다. 당시 3년 만기 재형저축 금리는 33%대에 달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당연한 듯 가입했다. 누적수익률이 50%에 가까웠다. 지금 기준으로는 로또나 다름없다. 이 돈으로 결혼도 하고, 집장만 하는 종잣돈으로 썼다. 대표적인 정기적금 상품이다.

정기적금은 정해진 기간 일정액을 매월 적립하고 만기일에 약정액을 받는 것을 말한다. 전형적인 적립식 예금이다. 은행에서 볼 때 매월 약정된 금액의 예입이 확실시된다는 점에서 정기예금 못지않은 안정된 자금조달원이다. 요즘이야 시중은행 수신금리가 1%대로 떨어졌지만 이런 은행들도 고금리 경쟁을 하던 시대가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금융기관들은 서로 이자를 더 주겠다고 난리였다. 당시 예금금리는 20%대에 육박했다. 1990년대 초 은행들의 수신금리는 12~14%대를 맴돌았다. 2000년대 들어 5% 안팎에 머물던 은행의 수신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진 건 지난해부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대 초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돈을 풀어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장기적으로 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할 때는 보험을 먼저 해약하고 이후에 펀드 납입 중단, 적금 해약 순으로 금융자산을 정리한다고 한다. 실제로 가계가 가장 먼저 포기하는 보험은 몇 년째 해약건수 증가세가 뚜렷하다. 올해 41개 생명.손해보험사에서 상반기까지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 해지환급금이 14조7300억원이라고 한다. 이 추세라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록했던 사상 최고액(2008년 22조9000억원)을 3년 연속으로 넘어서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올해 9월까지 6개 시중은행 고객의 적금 중도해지 비율이 수직상승했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2014년 44.5%에서 지난해 42.6%로 낮아졌다가 올해 45.2%로 높아졌다. 사상 최고 청년실업률, 쏟아지는 구조조정 등 삶이 팍팍하긴 한가보다. 1세대 재형저축의 키워드는 희망이었다. 사회 새내기가 연착륙하도록 국가가 디딤돌을 놓아준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email protected]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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