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eo URL
Featured Video Play Icon

[World & Now] 아메리칸 드림과 한국계 정치인

“엄마, 숙제 좀 도와주면 안 돼?”

한 초등학생 소년이 엄마에게 부탁했다. 온통 영어로 쓰인 아들의 숙제를 받아든 엄마는 가슴이 이내 답답해졌다. 엄마는 영어를 통 몰랐기 때문이다. 엄마는 고민 끝에 아들의 손을 붙잡고 쌀쌀한 밤거리를 나섰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행인이 지나가면 무작정 소매를 붙잡고 사정했다. “잠깐만이라도 아들 숙제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이 아들의 이름은 피터. 엄마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지 얼마 안 돼 벌어진 수십 년 전의 가슴 저린 에피소드가 절제된 영상에 담겼고 이를 본 관객들은 이내 눈시울을 적셨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인커뮤니티재단(KACF) 연례만찬이 진행된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호텔. 이날 집결한 600여 명의 한인 중 상당수는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 1.5세와 2세들로 피터의 어릴 적 시련은 이들에게 ‘동병상련’의 아픔이었다.

미국 이민 1세대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다는 일념에 이를 악물고 잡화점, 세탁소, 미장원을 꾸려나간 억척스러운 일꾼이었다. 그들은 몰라도 자녀들만큼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내리라는 희망에 주류 미국인들의 괄시와 편견을 견뎌냈다. 그들이 일군 땀의 터전 위에 번듯한 변호사, 금융인, 의사들이 다수 배출됐고 수년 전부터는 미국 의회 선출직에 도전장을 내미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하원의원 4선 고지에 오른 마크 김, 165년 LA 시의회 역사상 최초의 한인 시의원이 된 데이비드 류, 뉴욕주에서 선출된 첫 한인 정치인 론 김, 펜실베이니아주 사상 첫 한인 하원의원인 패티 김 등 대부분 ‘최초’란 타이틀을 달고 미국 주의회와 시의회를 뛰고 있는 한국계 정치 유망주들이다.

미국 교포들은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더 많은 한국계 미국인이 미 정치권을 두드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아쉽게도 미국 연방 상·하원에는 한국계 미국인이 한 명도 없다.

김창준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이 1992~2000년 활약한 이후로 사실상 대가 끊긴 것이다. 반면 미 연방 하원만 해도 일본계·중국계 의원들이 몇 명씩 포진해 있다. 일본계 미국인인 마이크 혼다 연방 하원의원을 많은 한인 교포들이 후원하는 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일궈낸 그가 낙마함으로 인해 위안부 이슈가 미국에서 사장되는 걸 우려해서다. 한국의 이해를 대변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미 주류사회에 전달할 정치인이 우리에겐 더욱 필요하다.

임박한 11월 8일 미 선거일은 차기 미국 대통령뿐 아니라 연방 상·하원, 주지사, 주의회 의원을 동시에 뽑는 날이다. 한인 유권자들이 결집해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만이 제2, 제3의 김창준을 배출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부쩍 커진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한인의 저력을 감안하면 소수 인종의 한계를 뛰어넘을 잠재력은 충분하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mail protected]]

[매일경제 공식 페이스북] [오늘의 인기뉴스] [매경 프리미엄]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