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통에서 숙성한 소주

소주를 오크통에 숙성시키면 어떤 맛이 날까요. 경기도 이천에 있는 진로 소주 공장 지하의 ‘목통 숙성실’에 들어가 봤습니다. 서늘한 기온이 느껴집니다. 소주가 담긴 5000개의 오크통이 있습니다. 소주 200만 병을 만들 수 있는 양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서동은 연구원은 “오크통은 3년 된 것이 가장 좋다”며 “새 통에 술을 담으면 색이 너무 진하고 맛이 잘 우러나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프리미엄 소주는 45도의 쌀 증류식 소주를 오크통에 담아 10년 간 숙성시킨 다음 25도로 ‘블랜딩’해서 생산합니다. 프리미엄 소주 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일품진로’는 2013년 기존 제품을 새 단장 해 선보인 뒤 2015년 한 해만 43만병을 팔았습니다. 2년 만에 465%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 사진·글 전민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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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 키워라

계절이 바뀌어 봄이 왔다. 강산이 세 번 변한 긴 세월 동안 대한민국의 엄청난 경제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글로벌 특송회사에 몸담았다. 국내외로 반입·발송되는 수출입 화물을 처리하며 우리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현장에서 지켜봤다. 지난 30여 년 간 내가 목격한 대한민국은 전쟁 후 고도의 산업화 과정을 거쳐 역동적인 성장을 이뤘다.

올해 2월 세계무역기구(WTO)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적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에도 주요 국가 중 6위의 무역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이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35%에서 2015년 3.46%로 증가했다. 하지만 WTO의 장밋빛 전망에도 국제 무역 및 중국의 경제 둔화에 타격을 입어 대한민국의 2015년 수출 엔진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수출 총액은 지난 6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수출 상황이 서서히 개선되리라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인가. 어려울수록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집결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해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 나는 중소기업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류 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한 전문가로서 우리의 무역 규모를 늘리려면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이 가장 근원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이라고 확신한다.

혁신과 고용 측면에서도 중소기업은 살아 숨쉬는 심장과도 같다. 중소기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 사업체의 97%를 차지하며, 고용은 절반 이상을 책임져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20%~50%를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국내 위상은 더 높다. 전체 사업체의 99.9%와 고용의 88% 이상이 중소기업 몫이다. 지난해 페덱스가 진행한 설문 조사 ‘글로벌 기회: 중소기업의 수출 및 수입 연구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이 내수시장에 주력하는 중소기업보다 11%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은 기업의 성장과 직결된다. 수출 중소기업의 24%가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내수 중소기업 중에서는 12%만 성장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어떨까? 같은 조사에서 51%의 중소기업이 필요한 정보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출 관련 지원을 바라는 중소기업은 60%로 더 많았다. 수출 장벽을 느끼는 기업은 94%에 달했고, 그중 수출에 필요한 비용과 환차손을 가장 우려했다. 때문에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 2월, 우리 정부는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과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도록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초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을 출범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과 사업 지원 범위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지원만 중요한 게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민간 부문의 도움도 필요하다. 예컨대 상공회의소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글로벌 특송회사의 정보 제공과 지원도 중소기업의 수출 증진에 긴요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은 한국 경제에 좀 더 많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의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한국지사장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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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사태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미국의 샌 버너디노에서 발생한 총기테러 사건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범인의 아이폰에 담긴 정보를 FBI가 확인할 수 있도록 잠금 해제 방안을 제공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애플이 거부하면서 고객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정도로 중요한 국가 안보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덩달아 애플의 암호화 기술이 미국의 FBI도 뚫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다는 마케팅 효과도 거두고 있다. 고객이 직접 입력한 비밀번호가 없으면 애플도 고객의 아이폰에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고객정보 보호 기업이라는 애플의 명성에 걸맞는 행동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의 명령을 거부한 애플의 행동을 마케팅 활동의 일환일 뿐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애플과 미국 정부 사이의 긴장관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기업, 특히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기업은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4년 발생한 카드사 고객정보 대량 유출사태, 기업 자신이 고객정보를 판매해 수익을 올린 사례, 최근 적발된 은행연합회 일부 직원이 고객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사건…. 우리나라 기업의 고객정보 보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주리라는 고객의 믿음을 저버린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도덕적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둘째, 애플사태는 우리에게 기업과 정부 간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활동에 정부가 관여하려면 법과 규정에 따라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때때로 ‘시급함’ 혹은 ‘애국심’의 이름으로 정부가 기업에게 법 규정에 없는 특정 활동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은 사회의 안녕질서 혹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바가 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정당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요구돼야 한다. 애플사태가 보여주듯이 고객의 권리 보호와 사회의 안전이라는 이슈가 충돌할 경우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과정에서 공론화하는 절차는 밟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가 권력의 남용’이냐 ‘기업의 이기적 행동’이냐라는 단순 이분법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논의도 정부의 일방적인 요구가 아닌 법과 그리고 사회적 합의라는 틀 속에서 이루어져 한다.

셋째, 앞으로 고객의 정보를 외부의 압력이나 해킹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넘어서서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지 않는지 지켜봐야 한다. 애플이나 구글·페이스북 등 사용자의 정보를 대규모를 지니고 있는 기업일수록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고객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각광받고 있다. 빅테이터 분석은 고객의 활동이나 정보가 익명으로 그리고 전체로서 분석돼야 한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특정 개인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특히 기업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객이 원하지 않는데도 ‘맞춤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동의없이 자신의 행동이 분석되고, 그에 따라 특정 행동을 하리라고 예측하는 것 자체가 바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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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의 이 한 문장] 위대한 자는 거짓·책략에 능했다

‘군주가 자신의 약속을 지키며 기만책을

쓰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칭찬받을 만한 일인가를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경험에 따르면 우리 시대에

위대한 업적을 성취한 군주는 자신의

약속을 별로 중시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을

혼동시키는 데에 능숙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신의에만 입각한

군주들을 압도해왔다.’ -[군주론] 18장

신의와 성실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가장 큰 자산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의 분명한 약속은 ‘믿기 어려운 사람’이 서명한 계약서보다 신뢰할 수 있다. 하지만 신의와 성실도 개인과 리더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인간은 오랜 역사를 통해 정직의 가치와 윤리규범을 만들었지만, 선의든 악의든 일정 수준의 거짓말과 책략은 인간생활에서 반복되는 엄연한 현실이자 불편한 진실이다. 만약 협소한 의미에서 신의와 정직을 목숨처럼 여기는 순진한 군주가 책략에 능숙한 상대방에게 속아서 공동체를 파멸시키는 것은 온당한가. 손해를 예상하고도 신의를 지키려는 태도는 개인이라면 도덕적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겠지만, 리더의 입장은 다르다.

역사상 가장 극적인 사례는 오늘날 페루와 칠레에 걸쳐 있었던 500년 전 잉카제국의 패망이다.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 스페인 ‘정복자’들의 남미 정복이 본격화되었고 피사로는 1532년 잉카제국 원정에 나섰다. 우연히 조우한 잉카황제 아타우알파가 피사로의 책략에 속아서 비무장으로 진영을 방문하자 포로로 삼았다. 피사로는 1개 방을 금으로, 2개 방을 은으로 채우면 풀어주겠다고 제안하였고, 잉카황제는 약속대로 금은을 건넸지만 돌아온 것은 죽음이었다. 뒤이은 전투에서 8만 명의 잉카 군대가 총포로 무장한 스페인군 168명에게 참패하면서 잉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원주민은 식민지의 노예로 전락했다.

청나라 말기의 사회사상가 리쭝우의 후흑학 관점에서 중국 역사의 영웅호걸들은 대부분 낯두껍고 음흉하며 속이 시커먼 인물들이다. 한나라 시조 유방, 삼국지의 유비, 명나라 건국자 주원장을 비롯해 중국 공산당의 모택동에 이르기까지 그 명단은 길다.

현실의 군주가 거짓과 책략을 구사하는 상대방에게 신의와 성실로만 대응하는 것은 백전백패의 지름길이다. 신의와 성실에만 입각해서 상대방과 진실하게 협상하면 자신의 패는 공개된 반면, 거짓과 책략이 무기인 상대방의 패는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의 운명을 책임진 리더는 신의와 책략이라는 두 가지 수단을 모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개인이든 조직이든 위장과 속임수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성실하고 신뢰를 지키는 개체가 살아남고 발전한다. 그러나 위장과 속임수로 가득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지도 못하는 순진함으로는 생존조차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나쁜 의도를 가진 타인의 위장과 속임수에 속지 않도록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역량은 현실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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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이세돌과 ‘개밥‘

[한겨레] 1980년대 캐나다의 의료기 업체(AECL)는 방사선 치료기 테락20을 개선해 소프트웨어로만 조작할 수 있도록 한 테락25를 출시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오류로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선 피폭이 일어났다. 1985년부터 2년간 3명이 숨지고 3명이 장애에 시달리게 됐다. 잇단 피폭 사고에 업체는 하드웨어만 검사하고 “사고 발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우주국이 10년 동안 70억달러를 들여 개발한 아리안5 501호를 1996년 6월4일 가이아나에서 발사했지만 1분도 안 돼 폭발했다. 발사 전 철저한 점검을 거듭했지만 문제를 몰랐다. 한 달 뒤 발표된 사고조사 보고서는 ‘소프트웨어 버그’가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작동방식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프트웨어는 오류를 발견하기도 그만큼 어렵다.

넷스케이프를 만든 벤처투자가 마크 앤드리슨이 “소프트웨어가 모든 걸 먹어치우는 세상”이라고 말한 것을 잘 보여주는 게 인공지능이다. 이번에 모두를 놀라게 한 알파고는 딥마인드가 지난해 2월 <네이처>에 공개한 신경망 방식의 자가학습 기능을 기반으로 한다. 사람이 일일이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해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에 금세 도달한다.

하지만 스스로 배워서 뛰어난 결과를 만든다는 것은 오류 역시 스스로 만든다는 얘기다. 더욱이 입력값과 결과값만 드러나고 판단을 하는 중간과정이 감춰져 있는 신경망 방식의 알고리즘은 오류가 생겨도 원인을 찾는 게 매우 어렵다. 4국 때 이세돌 9단이 백 78로 알파고의 치명적 약점을 발견해 내자,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가 환호한 배경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출시 전 스스로 제품을 써보며 문제점을 보고하는 ‘개밥 먹어보기’ 과정이 필수다. 인류 대표 이세돌이 구글을 위해 ‘개밥 먹기’를 훌륭히 수행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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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일시론] 후쿠시마 원전 사고 5주기와 원전 비용

/박명섭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라면, 물 등은 너무 많아 다른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011년 3월 11일 TV에서 일본 후쿠시마 대참사 장면을 목격하고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무역 전공 학생 몇 명과 만나 이웃 국가의 대재앙에 성금이라도 모아 뭔가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본 측 NGO로부터 소형 라디오가 필요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선사의 도움을 받아 부산에서 소형 라디오들을 일본으로 보냈다. 우리들은 비행기로 건너가 2011년 4월 22일 일본의 한 방송사에서 소형 라디오 박스들을 전달했다.

日, 중단 2년 만에 원전 재가동
원자력은 저렴한 에너지인가

좁은 의미의 발전 비용 외에
사회가 부담할 ’사회적 비용’ 커

사고 발생 확률 낮추는 것 필수
’안전·안심’ 최상의 대책

이런 일을 겪으면서 중·고교 시절 부모님과 해수욕을 즐겼던 임랑 바다에서 바라본, 1971년에 기공되어 가동 중인 고리 원자력발전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원전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11년 후쿠시마는 쓰나미와 대지진으로 엄청난 사상자가 나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전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방사능 피해를 입었다. 이달 초 일본 언론사의 발표에 의하면 일본 후쿠시마 현 주민들의 약 70%가 사고 5년이 지난 지금도 방사성 물질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원전 재가동에 대한 질문에는 10%만이 찬성했고, 77%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2013년 9월 후쿠이 원전 4호기를 마지막으로 원전 모두가 가동을 멈췄던 일본에서 작년 8월에 원전이 재가동되었다. 시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굳이 무리하며 재가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고 이전 일본 전체 전력 수요의 약 30%를 담당하던 원전을 대신할 만한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대체 에너지를 당장 마련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원전 제로’, 즉 원전 중단에 따른 화력 발전 연료비의 증가가 연간 약 3조 6천억 엔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전 중단으로 인상된 전기요금이 제품의 생산원가를 높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이는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치므로 저렴한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요컨대 화력 에너지와 수력 에너지에 비해 원자력 에너지의 생산원가가 저렴하다는 것을 근거로 원전을 재가동한 것이다.

여기서 한 번쯤 재고해 봐야 할 문제는 ’과연 원자력은 비용이 저렴한 에너지원인가’ 하는 것이다. 원전 비용은 발전에 직접 소요되는 비용(핵연료비, 건설비, 운전 유지비 등) 및 백엔드 비용(방사성 폐기물 처분 비용, 시설 폐지 비용 등), 즉 좁은 의미의 ’발전 비용’만 보고서는 알 수 없다. 원전 비용의 전체적인 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원전 이용에 부수되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알 필요가 있다. 이러한 비용은 전력회사가 아닌 사회가 부담하고 있는데, 이를 ’사회적 비용’이라고 부른다.

원전에는 이 사회적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든다. 원전의 사회적 비용은 ’정책 비용’과 ’사고 비용’으로 나누어진다. 정책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연구개발비나 입지 대책 비용 등을 말한다. 예컨대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후보지의 선정은 정말 어려운 과업이다. 이러한 시설이 입지하는 지역에 제공하는 특별지원금이 입지 대책 비용이다. 이 비용은 어디서 충당되는가.

사고 비용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계산된다. ’사고 비용(1㎾h)=(사고 비용 총액×발생 확률)÷발전량’. 후쿠시마 원전 사태 발생 이전에는 발생 확률을 논의할 때 1억 년에 1번의 확률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이 원자력을 이용하기 시작한 지 약 40년 만에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했다. 또 방사능은 태우거나 화학적으로 처리해서는 완전히 없앨 수 없다. 고압세정기로 세척하거나 토지의 표면을 깎아 내는 작업비용인 제염 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제염 비용까지도 포함한 사고 수습 비용과 손해 배상 비용이 사고 비용에 해당된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저렴한 원전 비용을 위해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 첩경의 하나는 원전 관련 공급사슬상의 모든 주체가 원전 사고 발생 확률 줄이기에 동참하는 것이다. 약 3년 전에 발생한 원자력에 들어가는 제어 케이블 시험 성적 위조 사건 같은 일이 사라져야 원전 비용이 낮아지게 됨을 유념해야 한다.

올해는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원전에 ’안전·안심’ 말고는 더 이상 어울릴 말이 없다.

광주시선관위, 4·13 총선 ‘장애인 선거 모의체험’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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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5일 남구 여성 지적장애인 시설인 귀일 민들레집에서 소속 장애인 60여명을 대상으로 오는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모의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투표절차 등을 담은 플래시애니메이션 영상 상영 및 실제 투표소와 동일한 모의체험투표소를 설치·운영해 참가자가 투표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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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재호 기자

장진균 금호고속 전무 등 광주 기업인 5명 ‘상공의 날’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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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장진균 금호고속 전무이사가 제43회 상공인의 날 기념식에서 모범관리자 및 사원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고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장진균(55) 금호고속 전무이사가 ‘제43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모범관리자 및 사원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등 광주지역 기업인 5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정부는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제 43회 상공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광주지역 유공자로는 ▲모범상공인 부문에 이용해 기광산업(주) 대표이사, ▲추광엽 네이처퓨어코리아(주) 대표이사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고, ▲모범관리자 및 사원 부문에서는 장진균 금호고속(주)전무이사가 대통령 표창을 ▲유영택 전 롯데백화점 광주점장, ▲이성신 남선석유(주) 전무이사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각각 수상했다.
장진균 금호고속(주) 전무이사는 지난 1986년 금호고속에 입사해 인사노무, 경영기획 부문 등의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최접점의 승무사원 및 현장직원들의 고충처리와 교육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힘썼으며 5대 핵심 경영방침을 중심으로 경영혁신 활동을 통한 신규 사업 진출, 원가절감, 고객행복경영 실현으로 국내 최대 운송기업으로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중국 무한한광 총경리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여 해외운송사업 분야를 굳건히 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상공의 날’은 상공업 진흥과 상공인들의 의욕을 고취하고자 제정한 정부 기념일로, 1973년 상공인의 날, 중소기업의 날, 발명의 날, 전기의 날, 계량의 날 등 5개 기념행사를 통합해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4단체가 공동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는 상공업계의 최대의 기념행사로서 매년 3월 셋째 수요일에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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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재호 기자

[데스크시각-고승욱] AI한테 직장 뺏기는 거 아냐?

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결을 펼치는 동안 ‘로봇저널리즘’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다른 전문가 집단과 마찬가지로 기자들도 인공지능의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로봇저널리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궁금해 하는 것은 대부분 비슷했다.

“기사도 컴퓨터가 쓴다며? 인공지능한테 직장 뺏기는 거 아냐?”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거침없이 던지는 친구도 있었다. “아직은 프로그램 개발비보다 인건비가 싸다”라고 받아쳤지만 장기적으로 기사 쓰는 로봇을 개발하는 게 경영에 훨씬 도움이 되리라는 점은 상식이다.

원리만 놓고 보면 로봇저널리즘은 단순하다. 알파고가 기보를 입력하는 것처럼 기사에 사용되는 문장을 미리 저장한다. 그리고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입력된 자료를 비워둔 주어와 목적어 자리에 적절하게 대입해 문장을 만든다. 그렇게 완성된 문장을 5∼6개 쌓으면 기사가 된다.

하지만 팩트를 ‘적절하게’ 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알파고는 ‘적절한’ 수를 찾기 위해 중앙처리장치(CPU)를 1202개 연결해 사용한다. 프로야구에서 만루홈런보다 중요한 희생플라이는 수없이 많다. 10대 0으로 이기는 상황에서 만루홈런은 축포에 불과하다. 하지만 9회말 0대 0에서 나온 1점 홈런의 가치는 앞서 만루홈런에 비교할 수 없다. 4보다 큰 1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은 기사를 쓸 수 있다.

지난해 서울대 이준환 교수가 이끄는 hci+d(human-computer interaction+design) 팀은 ‘가중치 매트릭스(weight matrix)’를 사용해 프로야구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는 페이스북(facebook.com/kbaseballbot)과 트위터(@k_baseball_bot)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다. 기사만 봐서는 로봇이 썼는지, 사람이 썼는지 알 수 없다. 투수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경기의 기사는 ‘○○○이 선발투수로 나온’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첫 번째 문장에서 강조한다. 던지고 때리고 달리는 모든 상황을 이벤트(event)로 하나씩 분해하고, 이벤트마다 점수를 매겨 가중치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자료가 입력되자마자 순식간에 나온 기사는 노련한 기자가 경기의 흐름을 꿰뚫고 쓴 것과 다르지 않다. 기자들 속어로 ‘야마를 잘 잡은’ 기사가 나오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모여 이 기사를 봤을 때 누군가 “우리 수습보다 낫네”라고 말했을 정도다.

아직 로봇저널리즘은 몇몇 영역에 한정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증시 시황기사가 실용화됐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미국도 비슷하다.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라는 회사가 AP와 포브스를 통해 엄청난 양의 기사를 서비스하지만 스포츠 경기 결과와 주식, 채권, 환율 등 금융 관련 단신이 대부분이다. 물론 로봇저널리즘이 계속 발전하면 사안을 분석하고 해설하는 기사가 나올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로봇이 사설까지 쓸지 모른다. 알파고는 ‘컴퓨터가 결코 넘보지 못하는 영역’이라고 자부하던 바둑에서 이세돌을 이기지 않았는가.

하지만 신문은 기사들을 나열하고 쌓아놓은 단순한 조합이 아니다. 같은 분량이어도 어느 기사는 1면 맨 위에 커다란 제목을 붙여 배치하고, 어느 기사는 단신으로 처리한다. 기사 안에 들어있는 팩트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기사가 갖는 가치가 얼마인지 가늠하는 건 더 중요하다. 편집국에서 가장 노련한 베테랑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정보이자 온라인뉴스 시대를 사는 기자들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런데 이 판단을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 있을까.

고승욱 온라인뉴스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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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복되는 여당의 ‘공천 학살’은 유권자 무시한 것

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 지역구 등 4곳만 제외하고 공천을 마무리했다. 유 의원 공천 여부 결정을 또 보류한 것은 그만큼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에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을 거의 탈락시켰다. 그동안 대통령이나 집권 주류 측에 대해 쓴소리를 했거나 정책을 반대했던 중진인 이재오, 진영 의원도 컷오프시켰다. ‘비박계 공천 학살’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하다.

이번 발표 직전에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공관위원인 박종희 사무부총장이 느닷없이 ‘당 정체성에 부합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등의 기준을 제시한 것은 누가 봐도 유 의원 등 비박계를 겨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공개 언급한 것과 관련된 공천 기준인 셈이다.

새누리당 주류는 유 의원을 솎아내기로 이미 결정하고 의견 청취 절차를 밟는 분위기다. 탈락한 비박계 의원들의 지역구에는 이른바 진박 후보들이 들어섰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대구 등에서도 역풍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당내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정황을 충분히 알면서도 밀어붙이는 것은 TK 민심을 주머니 속 공깃돌 정도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내리꽂으면 찍으라는 것 아닌가. 수도권 민심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공천에서 탈락시키려면 겉으로 포장된 정체성 운운이 아니라 국정을 운영할 수준이 안 된다는 점을 들이대야 했다. 여당 강세 지역에서 쉽게 당선돼 편하게 의원 생활 했다고 지적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강세 지역에서는 선거 때 반짝 운동하고 웰빙 생활을 해왔다. 우리 정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번에 TK 지역에 출마하는 진박 후보들도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많다. TK 출신 4선의 이 공관위원장도 아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집권당 의원이 대통령·정부와 함께 국정 책임을 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정당 소속이기에 앞서 입법부 구성원이자 헌법 기관이다. 민주정치에서 입법부는 행정부를 견제·감시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여당 의원이라고 대통령의 뜻만 따르라는 것은 30, 40년 전에나 통하던 얘기다.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 기류라면 여당 의원들은 거수기 노릇만 해야 한다.

공천에는 항상 반발과 잡음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걸맞은 명분과 공정성이 있으면 유권자들로부터 신뢰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반발도 쉽게 잦아들게 된다. 2008년 18대 총선 공천 때 ‘친박 학살’과 2012년 19대 총선 때 ‘친이 학살’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정치적 행위가 있었다. 이번 여당 공천도 그때와 다를 것이 없다. 다음 선거 때, 아니 총선 결과가 나온 뒤부터 지금 칼을 휘두른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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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정노동자 정신질환, 보상 이상으로 예방 중요하다

대형마트 직원, 텔레마케터 등 감정노동자가 우울증(우울병) 등에 걸릴 경우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키로 한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산재보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적응장애’와 ‘우울병’이 추가된다. 기존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만 규정돼 있어서 감정노동자의 정신질환 산재 승인 비율은 30%대에 머무르고 있다. 우울증은 우리나라 정신병 중 발병 비중이 가장 높다. 따라서 앞으로 감정노동자 정신질환의 산재 승인 비율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재보상 대상 확대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감정노동자가 병에 걸리지 않도록 노동 조건과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 경기 침체로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감정노동자들은 일부 몰상식한 손님들로부터 언어폭력이나 부당한 ‘갑질’을 당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객 응대를 거절하거나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갑질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국회에 계류 중인 감정노동자보호법의 시행규칙에 포함시킬 방침이라고 지난해 10월 밝혔다. 그러나 법도 시행규칙도 감감무소식이다. 일부 유통업체에서도 갑질 고객 대응 매뉴얼까지 만드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정작 매장 직원들은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는 실정이다.

누구보다 사업주들이 우선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고객은 언제나 옳다’는 식의 낡은 구호 대신 종업원의 인권도 존중하는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해야 한다. 업종이나 기업별로 손님 대응 매뉴얼을 만들 필요도 있다. 고객이 폭언이나 협박을 할 경우 법규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도록 하고, 이럴 경우 고객응대 거절에 따른 불이익을 금지하는 게 중요하다. 소비자들도 자신이나 가족, 또는 가까운 친척 중 어느 한 명 이상은 감정노동자임을 자각하고 노동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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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카페] 화합의 상징, 연리지

강원도 태백에는 연리지가 있습니다.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하나의 나무처럼 자라는 연리지의 의미는 사랑과 화합입니다. 4·13총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지금 대한민국에 사랑과 화합이 절실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태백=글·사진 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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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구의 동시동심] 오줌싸개 지도

윤동주

빨랫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 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 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개정판, 정음사 1983)

세탁기가 없던 시절, 아이가 요에 오줌을 싸면 어떻게 했을까. 요를 말리려면 빨랫줄에 널고 바지랑대로 빨랫줄이 처지지 않게 튼튼히 받쳐놓아야 했다. 요에 오줌 얼룩이 생긴 것을 보면 사람들은 ‘지도를 그렸다’고 놀리곤 했는데, 이 시는 오줌싸개 동생을 보고 그와 같이 놀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부재한 상황이다. 엄마가 가 계신 ‘별나라’는 꿈에나 가볼 수 있고, 아빠는 멀리 만주로 돈 벌러 갔다. 표면으로는 오줌을 잘 싸는 동생을 재미가 나서 놀리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있어야 할 것이 모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윤동주 시인은 스무살 전후에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동시도 함께 썼다. 간도 용정에서 발간되던 ‘가톨릭 소년’지에 1936, 37년에 여러 차례 동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오줌싸개 지도’도 그 중의 한 편이다. 그는 만주 명동촌에서 태어나 1938년 고종사촌 송몽규와 함께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주로 만주에서 성장하고 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돈 벌러 간 아빠 계신/만주 땅”이라는 표현을 보면 화자인 아이의 자리는 만주가 아니다. 만주에 살았지만 시인의 의식이 뿌리내리고 있는 곳은 고국 땅임을 짐작할 수 있다.

“동주를 보고 울었습니다. 몽규를 보고 울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서 입술을 다문 채 소리없이 눈물만 연신 흘렸습니다. 영화가 끝났는데 가슴이 저려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서 울었습니다.” 동시를 쓰는 분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삼일절에 나도 가족과 함께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를 보았다. 시를 쓴 해맑은 청년 동주와 그 시대 젊은이들이 헤쳐간 삶이 흑백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윤동주의 ‘서시’를 다 외지 못했다고 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그 구절이 너무 와 닿기 때문에. 막 출간된 김응교의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와 지난해 나온 안소영의 ‘시인 동주’를 펼쳐도 윤동주의 시와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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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대한민국의 5,000만 크리킨디

3ㆍ1절 오후, 함께 살고 있는 네 명의 집 사람 중 가장 어린 ‘굴’의 졸업식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식이라 함은 ‘고삼’이라는 무거운 단어에서의 해방과 동시에 접근금지였던 어른들 놀이영역(?)의 봉인도 함께 풀리는 그야말로 ‘고3 독립만세’의 날이다. 졸업하는 친구들에게 축하와 함께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를 해주고 싶다. “세상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아름답지 않아요. 뭐, 졸업하자마자 행복 끝 고생시작이라고 봐야지. 웰 컴 투 더 헬.”

‘굴’이 다니고 있는 학교는 영등포에 위치한 ‘하자마을’(구 하자센터)이다. 이곳은 1999년 연세대가 서울시로부터 수탁받아 운영을 시작한 일종의 중ㆍ고등교육 대안학교인데 공식 명칭은 ’서울시립 청소년 직업체험 센터’이다. 이곳 졸업식은 여느 고등학교와는 사뭇 달랐다. 청년과정 졸업자 1명과 고등과정 졸업자 4명 총 5명의 졸업자들이 한 명씩 단상에 올라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 동안 자신들이 만들었던 것들, 해왔던 일들, 만났던 사람들이 담긴 영상을 틀었다.

시골에서 자란 학생은 누구보다 농사에 자신 있었다. 그래서 도시의 콘크리트 바닥에서 작물을 키워보고 싶었다. 하지만 첫 단계부터 충격이었다. 시골에 널리고 널렸던 그 흙을 도시에서 구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알게 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도시에서 소비되는 전기를 충당하기 위해 도시와는 상관없는 농촌사람들이 터전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사실, 발전소와 송전탑 설치 반대를 위해 매일 농성장에 나가면서 물을 주지 못해 말라 죽어가는 고추를 보면 슬프지만, 그 고추들을 위해서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밀양 할머니들의 이야기, 그 과정에서 인권이나 기본생존권에 대한 논의 없이 무작정 공권력을 투입해버린 정부의 야만적 행위 또한 어린 눈에 각인되었다. 발전소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원전사고가 있던 일본 후쿠시마(福島)로 옮겨갔다. 그곳엔 원폭 이후에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저마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후쿠시마의 어머니들은 어린이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정부에게 소송을 걸었고, 마지막 농부들은 그곳에 남은 동ㆍ식물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연구했다. 그 때문에 피폭된 수치가 많게는 정상인의 천배 이상의 차이가 났으며, 먹는 농사를 하던 그들은 이제 입는 농사를 하고 있다. 후쿠시마의 목화씨는 영등포 하자마을 콘크리트 옥상에 심겨져 꽃을 틔우고, 씨아에 돌려져 씨들이 분리되고, 흰색이 아닌 브라운색 목화솜을 터트렸다.

“만약 누군가 무엇을 하고 있고, 해야 한다고 느낀다면 그건 사람을 향한 ‘공감’으로 부터 나온 마음이라 생각해요. 이곳에서 공부하는 동안은 동시대에 일어난 주변의 사건과 사고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어요. 누군가가 보기에는 돈도 안 되고 별 거 아닌 일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그런 ‘공감’으로 인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써 가져야 할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거든요.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모르겠지만 살면서 가만히 있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무언가는 하는 어른이 되겠습니다.”

안데스 산맥의 케추아부족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우화가 있다. 숲에 큰 불이 나자 모든 동물들은 도망치느라 바빴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작은 벌새 크리킨디는 부리에 물을 머금고 불을 끄기 위해 부지런히 왔다 갔다 했다. 동물들은 그게 무슨 소용 있냐며 비웃었다. 크리킨디는 말했다.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중이야.”

나는 이 땅에 살고 있는 한 마리 크리킨디로서 제 몫을 하고 있었던가. 에이브러햄 링컨이 그랬다.“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이들의 외침에 그저 조용히 침묵만 지키고 있다가, 고생 끝에 그들이 무언가를 이루어 내면 그제야 슬며시 숟가락 얹어서 살기 좋은 세상 묻어가는 건 참말로 염치없는 짓이겠다 싶다. 환경학 최고의 고전‘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이 그렇게도 지키고 싶어 했던 봄이 오고 있다. 이번 봄엔 뭐든 해야겠다.

남정미 웃기는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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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문화체육관광부 과장급 전보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문화예술정책실 문화정책관실 문화여가정책과장 이영열 △종무실 종무2담당관 김진곤 △한국종합예술학교 교학처 교무과장 나경환 △해외문화홍보원 기획운영과장 하현봉 △한국정책방송원 이기정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박종달 △대한민국예술원 예술원사무국 관리과장 윤종호

김용운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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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자 이사장, 이화의인 박에스더상 수상

문용자 대한의사협회 고문

문용자(사진)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이사장이 ‘자랑스러운 이화의인(醫人) 박에스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인 박에스더를 기리는 이번 상은 이화여대 의과대학 동창회가 2007년 제정했다.

박에스더(1877~1910, 본명 김점동)는 이화학당 출신으로 1896년 미국으로 건너가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을 졸업했다. 1900년 한국으로 돌아와 환자를 무료로 진료하다 1910년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시상식은 3월 5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다.
이하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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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너는 누구냐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식으로 개명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귀화하지 않았고 개명도 안 했다.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가기가 별 불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제봉사 및 국제교류 활동을 시작하면서 다른 나라에 가볼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한국 여권 아닌 다른 나라 여권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비자 받는 것부터 번거로움이 생긴다. ‘너는 왜 한국에 있나’ ‘너는 누구냐’는 식의 질문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 출입국을 할 때도 외국인 전용창구를 통과해야 한다. 제3국에 입국할 때는 내가 한국인들과 함께 있고 한국어를 하는 것을 유심히 살펴본 후 입국 심사가 길어진다. 한국에서 같이 활동한 사람들도 내가 당연히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생각하다, 아닌 것을 알게 되면 왜 귀화를 안 했는지를 물어본다.

초기 한국의 결혼이민자들은 자동적으로 귀화했다고 한다. 이후 국제결혼이 많아지고 법이 바뀌면서 결혼이민자에게 국적 선택의 자유가 부여됐다. 그런데 한동안 국제결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불거지며 귀화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때문에 국적 취득을 하지 못한 결혼이민자가 늘어나고 있다. 나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별 불편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국적 취득을 하지 않았다.

한국 국적이 아니더라도 남은 인생을 한국에서 살아갈 운명이다. 한국적 생활에 너무나 익숙해졌고, 어딜 가나 한국과 비교를 해 장단점을 찾고, 심지어 이틀 정도만 다른 나라 음식을 먹으면 된장찌개를 먹고픈 생각이 든다. 이런 내가 누군지 나도 가끔 궁금하긴 한다.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가도 내가 사는 곳은 대한민국이고 가족도 여기에 있다.

최근 한국국적을 취득한 몽골 출신 결혼이민자 두 명과 몽골에서 온 일행과 함께 일본에 갈 일이 있었다. 일본에 입국할 때 한국에 왜 사는지에 대한 심사를 10분 동안 받았고, 몽골 사람이 왜 한국어를 쓰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느라 바빴다. 일본에 사는 몽골 사람들이 일본어를 잘 하기 때문에 그런지 내가 한국어를 쓰는 것을 별로 반가워하지가 않는 듯 했다. 일정 중에 한국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 하는 것이 나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내 고향 몽골 보다 한국이 더 그리웠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가는 날에는 실망이 컸다. 몽골 팀은 일정을 마치고 몽골로 돌아갔고, 한국에서 온 두 명과 함께 입국하게 됐다. 우리는 예약한 비행기 출발 시간보다 훨씬 일찍 공항에 도착했고, 일행 중 한 명이 다리를 다쳐 좀더 일찍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비행기에 자리가 나면 먼저 태워달라고 요청했는데 한국 국적을 가진 두 명만 먼저 탈 수 있었다. ‘나는 늦게 가도 된다’고 말하며 일행을 먼저 보낸 후 왠지 마음이 쓸쓸해졌다. 5박 6일 동안의 출장에 치치고, 머리도 다친 상태로 하루 종일 공항의자에 앉아 잠을 자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을 했다. 인천공항에서 외국인 신분인 나는 외국인 입국신고 통로에서 2시간 동안 줄을 서 대기한 후 간신히 입국 심사를 마쳤다.

파김치가 된 상태로 집에 가기 위해 공항버스를 기다리자니 가족에게 공항에 마중 나오지 말라고 한 말이 후회가 됐다. 또 다시 ‘너는 누구냐’ 란 질문을 스스로 하면서 눈물을 삼키고 택시를 잡아 집으로 향했다. 타인으로부터 “너는 누구냐”란 질문을 수없이 들어봤지만 나에게 하는 것은 처음이다. 나를 비롯해 국적 취득을 못한 결혼이민자들이 얼마나 힘든지 절감하게 됐다.

꼭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만 대접을 받고 잘 살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내가 사는 사회를 사랑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노력하며 배려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해답을 몇 일 후에 스스로 찾았다. 그래도 사랑해요 대한민국.

막사르자의 온드라흐 서울시 외국인부시장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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