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은, 서울국제사랑영화제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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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정은(사진)씨가 제14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SI AFF) 홍보대사에 위촉됐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사무국은 23일 “사랑과 위로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제인 만큼 밝고 따뜻한 이미지와 폭넓고 깊이 있는 연기력을 지닌 배우와 함께 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김정은씨는 2001년부터 대한사회복지회 홍보대사로 미혼모와 친권포기 아동 등을 위해 16년간 활동하고 있다. 김정은씨는 “영화제의 따뜻한 의미에 매료돼 참여하게 됐다” 며 “많은 이들에게 온기와 사랑을 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는 다음 달 20∼25일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신촌포럼에서 열린다. 올해는 ‘RE-’를 주제로 ‘다시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20개국에서 30여편의 작품들이 참여하며, 다르덴 형제,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등 유명 감독들의 작품도 공개된다.

최기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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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 전국에 봄 재촉하는 비…일부 산지는 눈내리는 곳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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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인 27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낮부터 저녁 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가끔 비가 내리다가 밤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강수량은 강원·경상·제주도와 울릉도·독도에서 5∼10㎜, 그 밖에 전국은 5㎜ 안팎이다.

강원산지와 경북북동산지, 제주도산지 등에서는 비 대신 1∼3㎝의 눈이 내린다.

동해와 서해상에서도 천둥·번개를 동반한 돌풍이 이는 곳이 있어 항해·조업하는 선박은 조심해야 한다.

전날 밤부터 새벽 사이 내륙을 중심으로 안개가 끼는 곳이 있으니 교통안전에 유의하라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도∼영상 5도, 낮 최고기온은 영상 9∼14도로 예상된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서해 앞바다에서 0.5∼1.5m, 남해 앞바다와 서해 먼바다에서 0.5∼2m로 인다. 동해 먼바다의 파고는 0.5∼2.5m, 남해 먼바다는 0.5∼3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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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늘의 운세] 3월 27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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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온라인이슈팀]

한줄 코멘트 :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금전적으로 즐거움이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48년생 음주 가무로 과로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60년생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와중에 도와줄 사람을 찾게 될 것입니다.
72년생 소식이 끊겼던 사람과 연락이 닿거나 사람 만날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84년생 소득이 있는 날입니다. 모임에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한줄 코멘트 : 말과 행동을 할 때에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49년생 초조, 좌절 등을 겪을 수 있으니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61년생 자신이 바라던 귀중한 책이나 정보를 얻게 되는 운입니다.
73년생 본분을 알고 행동하면 따르는 이득이 있을 것입니다.
85년생 자신의 말에 대한 권위가 실추될 수 있으므로 책임감 있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한줄 코멘트 :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을 탐한다면 모두 잃고 말 것입니다.
50년생 초조, 좌절 등을 겪을 수 있으니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62년생 자신이 바라던 귀중한 책이나 정보를 얻게 되는 운입니다.
74년생 본분을 알고 행동하면 따르는 이득이 있을 것입니다.
86년생 자신의 말에 대한 권위가 실추될 수 있으므로 책임감 있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한줄 코멘트 : 남과는 다른 자신만의 것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51년생 자신과 뜻이 같은 사람을 찾아 보십시오.
63년생 문제가 풀리기 시작하고 좋은 결과가 예상됩니다.
75년생 먹는 즐거움이 있는 자리에 좋은 인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87년생 다른 사람을 부러워 하지 마십시오. 자신도 곧 누군가 부러워 할 사람이 될 것입니다.

한줄 코멘트 : 하고자 하는대로 이루어질 것이니, 보다 높은 꿈을 꾸는 것이 좋습니다.
52년생 뭔가 장애물이 생겨 고심하므로 사소한 일에 너무 마음을 두지 않아야 합니다.
64년생 횡재수가 있습니다. 가까운 친구와 만남을 가져보십시오.
76년생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 즐거움이 있을 것입니다.
88년생 자신이 바라던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한줄 코멘트 : 남과 다른 눈으로 남보다 높은 이상을 추구해야 합니다.
53년생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65년생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합니다. 괜한 행동으로 구설에 오를 수 있습니다.
77년생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으로 변신을 꾀해 보십시오.
89년생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환경을 만들 것입니다.

한줄 코멘트 : 감당하기 힘든 일을 맞아 걱정이 태산처럼 마음 속에 웅크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54년생 의외의 난관이 닥쳐올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66년생 윗 사람의 말을 새겨 들으십시오.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날입니다.
78년생 쓸모 없는 감정의 소모는 피해야 합니다. 헛물을 켤 수도 있습니다.
90년생 수습하기 어려운 문제로 근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줄 코멘트 : 큰 지출이 없고 돈이 차곡차곡 쌓이니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풍족하게 생활할 수 있는 때입니다.
55년생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의욕을 높여줄 것입니다.
67년생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으므로 행동을 조심해야 합니다.
79년생 자신이 맡고 있는 책임을 감당하기 힘들지만 누군가의 구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91년생 이성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으므로 원성을 살 만한 행동은 삼가야 합니다.

한줄 코멘트 : 평가를 받는 날입니다.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지나친 자신감은 금물입니다.
56년생 정신적 물질적 자본을 투자할 만한 일을 하게 됩니다.
68년생 권한이 커져 실력 발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80년생 여러 사람이 자신이나 일에 대해 평가를 하게 될 것입니다.
92년생 상대방에게 칭찬받는 일이 생기지만 경제적으로는 지출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줄 코멘트 : 스스로를 과신하지 말고 주위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과도한 욕심은 접어야 합니다.
45년생 지나친 욕심은 자신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57년생 자기 자신을 과신하지 말고 주위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69년생 즐기는 것은 적당히 해야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81년생 주변에 소원했던 사람들에게 문자라도 건네보십시오. 즐거운 한 때가 예상됩니다.

한줄 코멘트 : 쓸데 없이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했다가 화만 더 키우고 봉변당할 염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46년생 누군가 관찰하고 있으므로 행동을 조심해야 합니다.
58년생 낭비를 막는 것이 최우선일 것입니다.
70년생 강한 사람이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이 살아남게 됩니다.
82년생 하는 일이 시원스럽고 깨끗하게 매듭지어질 것입니다.

한줄 코멘트 : 입 밖으로 나간 말은 주워 담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해야 합니다.
47년생 아랫사람에게라도 겸손하게 대하면 공짜 밥도 생기는 날입니다.
59년생 모처럼의 성과가 무의미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71년생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가까운 공원이라도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83년생 누군가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니컴퍼니 제공)

디지털뉴스본부 온라인이슈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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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에서 채용설명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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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대표이사 이한섭)는 지난 25일 중앙연구소에서 커리어 랩을 개최했다. 커리어 랩은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설명회이다.

행사의 참가자들은 담당 연구원들과 타이어 연구/개발 업무 등의 상담을 통해 직무 이해를 높이고 채용 담당자와의 상담을 통해서 금호타이어의 인재상, 채용 전형과정 등을 파악했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연구소 신입사원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해 참가자들이 실질적으로 궁금해 하는 면접 전형 및 입사/교육 과정에 대한 경험과 소감 등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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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실화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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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희 소설집 ‘바다, 소녀 혹은 키스’ ‘청와대의 문’ 등 소설 3권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

13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살다 기적적으로 깨어나 삶을 되찾은 마틴 피스토리우스의 실화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출간되었다. 제목은 오랜 간호생활에 지친 나머지 자살 시도까지 했던 엄마가 마틴이 듣지 못하는 줄 알고 내뱉은 혼잣말이자 절규다. 이 책은 식물인간이 된 지 4년 만에 의식이 되돌아왔지만 누구도 이를 발견하지 못해 그로부터 9년 동안 갇힌 몸으로 살아간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포, 자책감, 수치심, 절망, 무력감 등을 오가며 상상할 수조차 없는 지옥에서 분투한 마틴의 삶을 통해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인생의 반짝이는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열두 살의 마틴 피스토리우스는 어느 날, 목이 너무 아파 조퇴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그 이후,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뇌 스캔, EEG, MRI 촬영, 혈액검사 등을 했고, 결핵과 뇌막염 치료도 받았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서서히 죽어가던 4년 후 어느 날, 마틴은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는다. 마치 빛이 새어 들어오듯 어렴풋이. 하지만 눈짓조차 할 수 없었기에 그가 옆 사람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 감정을 느낀다는 걸 표현할 길이 없었다. 다른 자식들도, 일자리도 내팽개친 채 간호를 해온 부모님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마틴은 마치 유령 소년처럼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삶을 이어간다.

나를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는 그저 일거리였다. 요양사들에게는 수년간 같은 곳에 머물러서 관심이 가지 않는 익숙한 붙박이 가구였다. 부모님이 집을 떠나 있어야 할 때 나를 보냈던 돌봄시설의 복지사들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환자였다. 나를 진료한 의사들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대상이었다. 어느 의사가 동료에게 엑스레이 촬영대에 누워 있는 내 모습이 마치 불가사리 같다고 말했듯이. _p.35

온갖 비아냥과 인간 이하의 대접, 때로는 성폭력까지 당하며 살아남은 불행을 감당해내지만 마틴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부모님의 절망을 목격할 때였다. 자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다투고 온 가족이 불행해졌다고 느낄 때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냥 괴로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비틀린 손발을 가진 마틴을 향해 미소 짓는 낯선 사람의 따스한 눈빛, 마틴을 뿌리식물이나 일거리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간병인 버나, 항상 동생처럼 마틴을 챙겨주는 여동생 킴과 남동생 데이비드, 그리고 수많은 고비를 넘는 동안 언제나 울타리처럼 곁을 지켜주는 엄마와 아빠. 이렇듯 그에게는 버터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절망과 희망을 오가며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스물다섯이 되던 해에 또 다시 기적 같은 일들이 펼쳐진다.

“아빠가 네가 떠내려가도록 놔둘 것 같니?” 아빠는 파도 소리에 맞서 큰 소리로 외쳤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데 내가 여기서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게 둘 것 같아? 아빠 여기 있다, 마틴. 내가 널 붙잡고 있어. 아무 일도 생기게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무서워할 필요 없어.” 나를 꽉 붙들고 있는 아빠의 팔과 나를 굳건히 지탱하고 있는 아빠의 힘이 느껴진 순간, 나는 아빠의 사랑이 바다로부터 나를 지켜줄 뿐만 아니라 바다 위로 넘칠 만큼 강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_p.159

이 책에서 우리는 미처 몰랐던, 혹은 외면하고 싶었던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다시금 목도한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할 수밖에 없는 희망과 사랑, 인간의 귀한 마음들을 확인하게 된다. 마틴은 사람들이 행동으로 보내는 신호만 잘 보면 속상하거나 외로운 그들의 속마음을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기 한 몸 건사하기에도 힘든 각박한 삶을 사는 우리는 그런 찰나의 외침을 볼 여유도, 의지도 없다. 오히려 마틴의 눈에는 우리 마음이 식물인간 상태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마틴 피스토리우스가 의식이 돌아온 걸 발견한 사람은 사려 깊은 간병인 버나였다. 버나는 마틴의 몸을 마사지하면서 편찮은 할머니를 위해 데려온 반려견, 데이트할 생각에 설레는 남자친구의 존재 등 온갖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이십대 친구들끼리 대화를 나누듯. 버나는 마틴을 환자가 아닌 동료로 대했다. 그녀는 이야기할 때 항상 마틴의 눈을 바라봤는데, 어느 날부터 마틴이 자기 말을 알아듣는다고 확신했다. 온갖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버나는 결국 마틴의 부모님에게 검사를 권한다. “최선을 다해, 마틴.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야. 난 널 믿어.”

누군가 망가지고, 뒤틀리고, 쓸모없는 몸을 만져주며 내가 그저 끔찍하기만 한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나서야 타인들 하나하나가 내게 베푼 것들을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해주는 사람들은 가족들이지만 타인들도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음을. 비록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 해도 말이다. _p.258

의식의 회복을 검사로 확인한 부모님은 적극적으로 마틴의 재활을 돕는다. 이로써 마틴은 휠체어를 타야 하지만 원할 때 이동할 수 있는 다리를 얻고, 컴퓨터 음성을 이용해 대화하는 능력을 키워간다. 나아가 의사소통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 일을 하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나중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웹디자이너로도 활동한다.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틴의 인생을 더욱 극적으로 변화시킬 만남을 갖는다. 평생을 짐스러운 기분으로 살아온 마틴의 마음을 새털처럼 가볍게 만드는 인생의 동반자, 조애나를 만난 것이다. 한 남자로서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었지만 이미 여러 번 여자들에게 상처를 받았던 마틴은 조애나에게 느끼는 설렘을 애써 눌렀다. 하지만 조애나는 마틴의 예전 일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재활에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마틴을 재촉하지도 않았다. 동정도 측은함도 아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자연스럽게 대해주는 조애나 덕분에 마틴은 단순하고 건강하게 삶을 사는 태도를 익힐 수 있었다.

나는 일과 공부로 꽉 짜인 진지한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조애나가 나타나 나를 울리고 웃긴다. 사랑하는 여자를 결코 만날 수 없으리라 믿었는데 그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오르고 있다. 평소에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인데 조애나를 만나고서는 점점 무모해지고 있다. 그녀는 장애가 아닌 가능성을 본다. _p.274

마틴이 처음 쓰러진 뒤 마틴의 부모님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다녔다. 온갖 검사가 이어졌지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캐나다, 영국에 있는 전문가들에게 간절한 편지도 보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재 의학 기술로 추정되는 마틴의 병명은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이다. 1,000,000명 중 1명 미만이 걸리는 불치병으로, 이 증상을 가진 사람을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는 “살아 있는 눈동자를 가진 시체”로 묘사하기도 했다. 감금증후군은 전신마비로 인해 외관상 혼수상태 같지만 의식은 정상인과 동일하고 운동기능만 차단된다. 그렇기에 마틴은 9년 동안 몸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틴 피스토리우스 , 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지음 |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368쪽 | 15,000원

최상희 소설집 ‘바다, 소녀 혹은 키스’가 출간되었다. 여덟 편의 단편에는 예기치 못한 사고와 사건의 파장으로 고통받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돌풍에 떨어진 간판에 머리를 맞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엄마와 그 뒤에 남겨진 소년(「방주」), 교통사고로 십 년 동안 의식을 잃었다 스물다섯 살이 되어 기적적으로 깨어나 일상을 살아가는 ‘나’(「잘 자요, 너구리」), 또는 뭐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상황에서 불의의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나’(「아이슬란드」)처럼 과거로부터 갑작스럽게 단절된 현실은 이들이 어떻게든 적응하고 견뎌 내야 하는 막막한 고독과 외로움의 시공간이다.

다행히 이들에게는 이 비극을 견디게 해 줄 동력이 나타난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세상의 모든 위험에서 아들을 보호해 주리라 믿은 완벽한 은신처, 방주를 지은 아빠의 무모함은 지하 감옥과도 같은 방공호에 오히려 그들 스스로를 유폐하고 만다.(「방주」) 그러나 방공호 안에 처음 들인 소녀 앞에서 소년은 굳건한 방주처럼 견고하게 숨겨 둔 두려움과 슬픔이 툭 하고 비어져 나오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털어놓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매일 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천재지변과 전쟁과 핵폭발, 외계인의 침공이 아니라 깊은 한숨 소리와 소리 죽인 슬픔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만큼이나 견디기 힘든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조금씩 무너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36~37쪽

둘은 서로 이유도 묻지 않은 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바탕 울음을 쏟아 낸다. 소년은 외롭지만 자신만의 충만한 세계를 가진 소녀 ‘온세계’의 도움으로 세상에 발을 내딛는다.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가 결혼 안 한다에 십 만원을 걸고 그 결과를 모른 채 곧바로 스물다섯 살 ‘아저씨’가 된 나는 야생 너구리를 조심하라는 발레 소녀를 만나면서 잃어버린 십 년을 아름답게 떠나보낼 수 있게 된다.(「잘 자요, 너구리」)
각각의 작품에는 이렇듯 소중한 것을 잃고 난 뒤의 일상을 새롭게 살게 해 주는 가슴 설레게 하는 존재, 소녀가 등장한다.

이 책은 모두가 자신을 과장되게 드러내려고 필사적으로 애써야지만 비로소 존재감을 인정받는 요란한 세상에서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해지도록 조용히 다독인다. 비록 우리네 삶은 비극일지라도, 사건과 사고의 연속일지라도 내 안에 견고하게 숨겨 놓은 슬픔, 두려움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영롱한 빛으로 검푸른 바닷속을 조용히 떠다니는 아름다운 생명체, 아득한 우주를 고독하게 유영하는 별”(237쪽)이 되어 줄 누군가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어쩌면 이것은 작가의 소망일지도 모른다.

최상희 지음 | 사계절 | 244쪽 | 12,000원

술수학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인간에게 조금이나마 앞길을 내다볼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한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이나 대권을 잡은 사람 대부분은 암암리에 술수학을 이용했거나 이용하고 있지만, 이런 사실은 알려지지 않고 은밀하게 회자될 뿐이다. 소설 ‘청와대의 문’ 저자 현등명은 이 술수학에 기대어 대권 주자들을 소상히 살펴보고, 곧이어 펼쳐질 대통령 선거에서 과연 누가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인지 픽션을 가미해 예측해본다.

호랑이와 표범과 여우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2017년 대선! 이 셋이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을 할 것이다. 선거 초반에 여우는 꼬리를 내릴 것이고, 호랑이와 표범이 목숨 건 혈투를 벌여 호랑이가 최종승자가 될 것이라는데… 호랑이와 표범과 여우는 각각 누구인가. 그리고 호랑이는 어떤 근거로 차기 대선을 쟁취할 것인가.

이와 더불어 이 책은 차차기 대선까지 내다보며 잠룡들이 대권을 잡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기를 전한다.

현등명 지음 | 좋은옥토 | 283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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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인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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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나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도자의 자격’ 등 신간 3권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는 한국계 독일인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가 독일 출판사에서 낸 책의 한국어 판이다. 장동선 박사는 독일 튀빙겐의 막스플랑크 바이오사이버네틱스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독일, 세계를 무대로 과학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이다.

저자는 청소년 시절 ‘나는 누구인가?, 나를 둘러싼 이 사회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가?’, ‘왜 이해받기를 원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오해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뇌와 행동의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저자는 그 답을 ‘사회적 뇌’에서 찾는다.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들과 공동생활을 하기에 최적화돼 있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비로소 뇌도,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내 머릿속 ‘또 다른 뇌’의 정체를 알게 될수록 우리는 행복의 조건이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에 있으며,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나누기 위해 진화했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 논란을 일으킨 한 장의 드레스 사진이 있다. 사진 속 드레스 색깔이 파란색-검은색 조합인지 흰색-황금색 조합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같은 사진을 놓고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것을 보는 이 신기한 현상은 잠깐 관심을 끌다 이내 잊혔지만, 저자는 우리 뇌가 특별한 이유를 바로 이 착시 현상에서 찾는다. 저자에 따르면 착시 현상은 감각 기관이 제공하는 일부 정보를 이미 저장해 놓은 경험과 결합하는 뇌의 특성 때문에 일어난다. 즉, 서랍장을 만들고 정보들을 그 서랍장에 맞게 분류한 후,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세상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각자의 경험에 따라 정보를 분류하고 통합하는 뇌는 경험으로 축적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지각하고 1초도 지나지 않아 판단을 내린다. 이미 만들어진 자신의 범주로 새로운 정보를 처리한다. 하지만 기존 범주에 따라 경험들을 분류하는 일만 한다면 우리의 뇌는 이처럼 복잡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저자는 기존 서랍장의 이름표를 바꾸거나 새로운 서랍장을 확장시킬 수 있는 유연성에서 진정한 뇌의 매력을 발견한다.

저자는 통합을 지향하는 유연한 뇌의 비밀은 다름 아닌 경험의 폭에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변화 없이 동질적인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에서 평생을 산 사람의 뇌는 모든 것을 낯설고 위험한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경험의 폭이 기존의 범주에 오래 머무를수록 기존의 정리 체계에 완강하게 매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뇌 속 또 다른 뇌’의 비밀은 사회를 지향하는 유연한 뇌에 있다. 저자는 이 ‘또 다른 뇌’에 ‘사회적 뇌’라는 이름을 붙인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뇌 속에 다른 사람들의 뇌가 있다는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들의 뇌를 복사해 우리의 뇌 속에 넣고 다른 뇌들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생각을 할지, 어떤 감정을 느낄지를 연구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뇌 탐사 여행은 ‘나’라는 존재가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공동으로 만들어 낸 구성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장동선 지음 | 염정용 옮김 | 아르테(arte) | 352쪽 | 16,000원

‘나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성공하는 사람과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점이 다른지,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의지력 사용법’을 통해 한 인간이 실패를 딛고 성장하려면 ‘하지 않을’ 결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납득하게 만든다. 또한 저자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힘들어하고 고민하던 부분을 상세하게 짚어가며, 다양한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시간’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인간관계’로 고민하지 않기 위해서, ‘돈’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서, 의지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태도와 마음가짐이 무엇인지를 각 장에서 상세히 전달한다.

책 속으로

PART 1. 하지 않을 결심이 당신의 성공을 결정한다
사람들은 성공의 첫걸음을 목표설정을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강한 동기부여가 있어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행동을 일으키려면 의지력이 필요한데 우리의 의지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지력은 생각을 하거나 결심을 할 때마다 서서히 줄어든다. 따라서 의지력을 중요한 일에 쓰기 위해서는 하지 않을 결심으로 쓸데없는 결심을 줄이고 의지력을 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 이젠 무심코 꿈이나 목표를 종이에 적는 행동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이것은 쓸데없을 뿐만 아니라 의지력을 낭비해 당신을 계속해서 성공이라는 정상에서 멀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당신이 정말로 성공하고 싶다면, 의지력을 효과적 결심으로 인한 의지력 낭비를 막기 위해 결심횟수를 최대한으로 줄여야 한다.

PART 2. 시간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은 의지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시간’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산다는 것이다. 그들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 24시간 동안 결심의 타이밍과 빈도까지 고려해 의지력 낭비를 철저하게 사전에 방지한다. 이 장에서는 시간에 휘둘리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이 옳은지를 알려주고, 이를 위해 어떤 습관과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지를 사례와 함께 설명하겠다.

PART 3. 인간관계로 고민하지 않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
‘인간관계’는 참 어렵다. 누구나 인간관계서 오는 스트레스를 겪고 있으면서도 정확한 원인은 모른 채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하지만 ‘무의식적인 사고와 결심’으로 의지력을 낭비하는 생활에서 당장 벗어난다면,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은 완벽에 가까운 정답이므로 당장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소통에 목매지 않으면서도 인맥을 구축하는, 이러한 ‘하지 않을’ 결심을 통해서 인간관계 하수에서 벗어나 마당발로 거듭나보자.

PART 4. 돈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
성공하는 사람은 돈을 잘 사용해 의지력 낭비를 막는다. 절약한 의지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면서 어리석은 돈 사용법을 버리고 현명한 돈 사용법은 따로 있다. 놀랍게도 지금 당장 일상 속에서 행동할 수 있으며, 이는 당신의 성공을 결정짓는 하나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나아가 원래 부자였던 사람보다 훨씬 더 높은 수입을 얻게 되는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PART 5. 상식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
성공하는 사람은 상식을 맹신하지 않으며, 그것을 뒤엎는다. 상식에서 자유로워져서 의지력을 유지하고 성공을 쟁취하려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상식의 낭비를 멈추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시답잖은 상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의지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 나아가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사는 자만이 맛볼 수 있는 삶의 커다란 행복을 거머쥐게 될 것이다.

이구치 아키라 지음 | 유가영 옮김 | 생각의날개 | 202쪽 | 12,500원

‘지도자의 자격:대한민국 대통령 정신검증 매뉴얼’은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의 표면적 기록과 신체건강 정보를 살핌은 물론 기본적인 정신 상태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쉽게 말해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정신검증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책 속으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 간의 토론도 앉아서 하는 방식이 아닌 서서 토론하는 방식을 취하여야 할 것이다. 지도자 후보들을 불편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후보들이 하는 말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서 연출되는 이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고 싶어서이다. 입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놀림의 민첩성, 힘, 공간의 활용능력, 제스처, 상대 후보와 관객들에게 다가섰다 물러서는 신체언어, 눈앞의 원고에 의존하지 않고 상대를 보며 당당하게 말하는 능력 등. 이제는 이런 것들도 관찰해 보고 싶다.
– P. 47

실망스러운 것은 우리 자체의 지도자를 무슨 테러집단의 지도자 검증하듯 조심스럽게 다가가야만 하는, 권위적 장벽에 대한 실망인 것이다. 국민들이 지도자감에 대해 막되어먹은 쌍욕은 퍼부으면서도 왜 정신감정을 받아 달라는 정당한 요구는 하지 못하는 것일까?
– P. 113

특히 최측근이었던 최 모 여인의 경우는 온갖 정신병리가 다방면에서 드러나는 편이다. 병적인 방어기제로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망상적 투사, 현실부정, 외부현실의 왜곡, 뻔뻔스러움의 극단적 투사 및 미성숙한 방어기제로써의 자신이 마치 대통령과 동격인 듯이 행세한 것 등의 함입 및 투사적 동일시가 발견되며, 질투심이 매우 많으며, 의심 등의 문제도 함께 보인다.
– P. 130

통속적으로 아들 부시라고 부르는 부시 전 대통령이 이들 6명 중 가장 야망이 낮게 나타난다. 미국의 9·11 테러와의 전쟁은 외향적이지만 야망은 없는 지도자 부시와 야망은 높고 내성적인 지도자 빈 라덴 간의 전쟁이었다.
– P. 227

최성환 지음 | 앤길 | 246쪽 | 13,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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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경주에서 길을 찾다>, <버라이어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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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길을 찾다 ◆경주에서 길을 찾다=문화 다큐멘터리 전문 작가가 1000년 고도 경주에 산재된 주요 역사 ·문화 유적지를 소개하고 그 속에 내재된 역사 이야기를 현대적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재해석한 신라역사서이자 경주 관광을 위한 이야기 지도. 각 단락마다 해당 유적지의 힐링 트래킹 코스를 소개하고 있으며 책 말미에는 경주 힐링 투어 로드맵과 관광지도를 수록했다. (이소윤 지음/스토리윤/1만2000원)

◆바젤3 모멘트=저자는 경제 현상을 연쇄적 반응에 기초해 파악한다. 예컨대 부동산의 경우 단순히 초과 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 현상이 아니라 부동산 담보대출금 액수를 넘는 전세자금 대출 규모에 주목한다. 결론은 잿빛이다. 2018년부터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개인과 기업, 은행권과 보험사가 대거 퇴출되고 부동산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는 시점을 맞으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개인과 기업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실업과 파산이 급격히 증가하리라고 전망한다. (박홍기 지음/익두스/1만5000원)

◆돈키호테 CEO=저성장을 먼저 겪은 일본.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되는 장기 불황시대를 겪는 동안에도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은 있다. 불사조기업. 종합할인점 돈키호테를 일컫는 말이다. 돈키호테 1호점 창업 이래 27년 연속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신간 ‘돈키호테 CEO’는 이처럼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는 돈키호테를 창업한 야스다 다카오의 성공방정식을 담은 책이다. (야스다 다카오 지음/김진연 옮김/오씨이오/1만3000원)

◆왕으로 산다는 것=태조부터 순종까지 조선의 27명 왕 대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 왕의 가족, 왕이 된 후의 정책, 조언을 받은 참모, 왕의 라이벌 등 왕의 주변 인물이나 주요한 사건들의 면모를 모두 담았다. 조선의 왕은 고대나 고려의 왕들에 비해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지는 못했다. 제도가 정비되면서 왕을 견제하는 장치도 적절히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정치사에서 큰 축을 차지하는 왕권과 신권의 문제는 결국 왕권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행사하느냐에 따라 갈등의 양상을 보이기도 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했다. (신병주 지음/매경출판/1만9000원)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에 이어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국민들은 불통 대통령, 의존적 대통령을 경험하며 정치 지도자의 심리적 건강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절감했다. 이는 정책이나 비전과 별개로 대선 후보들의 심리를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저자는 시대적 목표와 내적 동기가 일치하는지 여부가 건강한 정치 지도자 심리의 기본 조건이라고 말한다.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 후보의 성장 과정과 정치 궤적을 통해 어느 후보가 시대적 소명에 부합하고 사회적 과제 해결에 적합한 심리를 가졌는지 묻고 분석한다. (김태형 지음/원더박스/1만5000원)

◆징코프, 넌 루저가 아니야=일등의 편에서 보자면 승리는 단 한 사람만이 독차지하는 것이다. 일등을 제외한 모두가 패배자, ‘루저’다. 일등의 환한 미소는 오로지 자신만의 것이기에 영광스럽다. 일등을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격지심이 박힌다. 반대로 꼴등의 편에서 보자면, 패배도 단 한 사람만이 독차지한다. 나머지 모든 사람이 자신을 이겼기에 꼴등 편에서는 모두가 승자다. 그래서 꼴등은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된다. 그렇다면 꼴등이 슬퍼할 이유가, 부끄러워할 이유가 있을까? 제리 스피넬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경쟁과 승부에만 집착하는 지금 우리의 삶의 방식을 위트와 유머로 뒤집는다. (제리 스피넬리 지음/최지현 옮김/보물창고/1만1800원)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쉼 없는 대화를 통해 그려지는 인물들의 내적 혼란과 갈등이 유혹에 휘둘리는 주인공 ‘정하돈’의 이야기. 정하돈은 어느 날 우연히 피시방에서 악마가 또 다른 악마에게 남긴 연애편지를 발견한다. 그 안의 모든 글씨는 읽는 순간 사라져 버리고, 하돈은 악마가 적어 둔 주문이 자신의 머릿속에 입력되었음을 깨닫는다. 같은 반 부반장인 서진유에게 악마의 편지에 대해 말하지만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쉽게 믿어 줄 리 없다. 어릴 적부터 단짝이던 은비만이 “그렇다면 편지 속 수신인인 악마 ‘아낙스’를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박하령 지음/비룡소/1만1000원)

버라이어티◆버라이어티=간결하고 담백한 문장, 의표를 찌르는 촌철살인의 유머, 매력적이고 다층적인 인물을 통해 삶의 아이러니를 그리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스페셜 작품집.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발표한 단편 6편과 콩트 1편, 대담 2편을 엮은, ‘작갗이자 ‘인간’ 오쿠다 히데오의 정수가 오롯이 담겨 있는 작품집이다. 발표 시기도, 내용도, 형식도 각양각색인 작품들로 구성됐다. 작품 곳곳에 해학과 유머, 인간 군상에 대한 디테일하고 생생한 묘사, 날카로운 세태 풍자가 살아 있다. 작가가 큰 영향을 받은 두 거장, 잇세 오가타와 야마다 다이치와 나눈 대담은 창작론 및 인간과 사회 전반에 관한 오쿠다 히데오의 생생한 육성을 담았고 거장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철학을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 (오쿠다 히데오 지음/김해용 옮김/현대문학/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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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살랑’… 벚꽃 흩날리는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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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부터 봄꽃 축제 개막 / 복고 테마… 공연·체험행사 ‘풍성’
서울의 벚꽃놀이 명소인 여의도 일대에서 이번 주말부터 봄꽃 축제가 열린다.

서울 영등포구는 4월1∼9일 국회 뒤 여의서로 일대에서 ‘제13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여의도 봄꽃축제의 모습.
영등포구 제공여의도는 50년 안팎의 왕벚나무 1800여그루가 길을 따라 늘어서 봄이 되면 흩날리는 벚꽃잎으로 장관을 이룬다. 개나리와 철쭉 등 8만여그루의 봄꽃나무도 자태를 뽐내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올해 축제는 ‘복고’라는 테마 아래 각종 공연과 전시, 체험행사 등이 진행된다. 1일 오후 7시에 열리는 개막식에는 국악인 김나니, 전 댄스스포츠 선수 박지우, 뮤지컬배우 윤공주, 가수 배일호 등의 공연이 이어진다. 이후 곤충체험 학습장(1∼4일), 박명수 게릴라 콘서트(4일), 봄꽃음악회(5, 8일), 3점슛 거리 농구대회(8일) 등이 열릴 예정이다.

주요 테마인 복고에 맞춰 추억의 롤러장, 추억의 역전다방, 사진관 등도 마련된다.

영등포구는 축제 구간 진·출입로에 종합관광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을 위해 유모차와 아기띠, 어린이 자전거 등을 빌려줄 예정이다. 수유실과 파우더룸 등을 설치하고, 혹시 모를 위급상황에 대비해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의료반을 운영한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통해 벚꽃 개화 상태와 현장 분위기를 생중계하기 때문에 누구나 현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행사장은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5호선 여의나루역, 2호선 당산역을 이용해 갈 수 있다. 축제 시작 하루 전인 31일 정오부터 4월10일 정오까지 국회 뒤편 여의서로 1.7㎞ 구간 등이 통제된다.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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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의 내 인생의 책] ①에너지 혁명 2030 | 토니 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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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성큼 다가온 전기차 시대

“휘발유차와 경유차는 2030년에 사라진다.” 미국 스탠퍼드대 토니 세바 교수는 2020년부터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2030년에는 모든 신차가 전기차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태양광의 급속한 기술 혁신으로 2030년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했다. 그의 예측대로라면 10여년 후면 모든 차가 전기·자율주행차로 바뀐다.

2015년 파리 세계기후정상회의 이후 세계 각국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를 보급하고 전기차 충전소 1만2000기를 구축한다.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는 2025~2030년부터 화석연료 자동차는 아예 등록을 받지 않기로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4년부터 전력사업자에게 ESS 설치 의무를 부여한다. 의 저자 토니 세바가 예언한 2030년의 모습과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말에 한전에서 주최한 BIXPO를 방문한 토니 세바 교수를 만났다. 광주시가 추진 중인 에너지신산업 정책을 설명했다. 50만평 규모로 에너지 전용 산업단지를 만든다고 했다. 전기차와 수소자동차를 비롯한 친환경자동차 선도도시로 나가고 있다고 했다.

토니 세바 교수는 “2030년까지 12조달러(약 1경50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에너지 신시장이 열린다”며 광주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수많은 주유소와 카센터가 없어질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그는 전기자동차가 파괴적인 이유를 9가지나 들었다. 전기차는 연료비용이 지금보다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했다. 토니 세바 교수를 만난 뒤로 나는 을 집무실 책상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읽는다. 나에겐 광주의 미래가 담긴 보배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신산업도시 광주의 꿈도 영글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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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 배우는 기획과 설득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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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유혹의 기술’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

신간 ‘예능, 유혹의 기술’의 저자 TV 칼럼니스트 이승한은 예능과 기획, 이 둘을 근사하게 엮어 ‘기획과 전략의 기술’의 핵심을 전한다.

“책에서 난 되도록 시류나 당대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 위주로 책을 구성했다. 과거에 성공했던 전략들을 다시 꺼내어 활용할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가, 거듭된 실패에도 포기할 수 없는 기획이라면 어떤 식으로 실패에서 배워 마침내 성공으로 견인해야 하는가, 곁다리를 생략하는 것을 통해 본질만 남기는 것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약점을 강점으로 포장해서 선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등.” – 에필로그 중에서

유재석은 오늘날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MC이자 연예인이다. 흠결과 상처가 한 톨도 없을 것 같은 그도 처음부터 일인자는 아니었다. 저자는 유재석이 어떤 시련을 딛고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는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한도전]의 성공 뒤에는 [무리한 도전]이 있었고 [무한도전]을 안정 궤도에 올린 뒤에도 무수한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하자Go] [옛날TV] [기적의 승부사] 모두 채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나는 남자다] [동상이몽-괜찮아 괜찮아] 역시 논란 속에 일찍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재석은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본인의 기획을 차곡차곡 발전시켰다. 실패를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다. [무한도전] ‘무한도전TV’ 특집에 담긴 [옛날TV]의 흔적,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에 드러나는 [놀러와] ‘방바닥 콘서트-보고 싶다’의 흔적이 그 증거다. 결국 지금의 ‘유느님’을 있게 한 원동력은 실패하는 것, 실패를 응시하고 다음번에 조금 더 낫게 실패하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최고 방송인의 자리에 유재석이 있다면, PD에는 나영석이 있다. 나영석은 tvN으로 옮긴 뒤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꽃보다 할배] 시리즈와 [삼시세끼]로 연타석 홈런을 때려냈다. 그의 성공비결을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덧셈이 아니라 뺄셈에 있었다. 본질을 세밀하게 보여주기 위해 나머지를 소거한 것이다. 그가 집중한 본질은 다름이 아닌 사람.
[1박 2일]에서 게임을 없앤 [꽃보다 할배]는 어르신 멤버들 간의 대화와 상호작용에 집중했고, [꽃보다 할배]에서 여행을 없앤 [삼시세끼]는 밥을 함께 지어 먹으며 오고가는 멤버들의 대화와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내면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렇게, 나영석은 남들이 무엇을 더할까 고민할 때 잔가지를 과감히 쳐내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걸었고 보란 듯이 성공을 거두었다. [꽃보다 할배]의 포맷을 차용한 [마마도]는 이 미묘한 지점을 보지 못해 결국 실패했다. 노년의 배우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꽃보다 할배]의 표면을 따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콘셉트의 고갱이인 멤버들 간의 유대와 친밀감은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둘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1장 「2등이 승리하는 법」에서는 유재석이 ‘유재석식 오합지졸물’의 문법을 완성한 과정, 이경규와 강호동이 자신이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을 찾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과정, [라디오스타]가 5분짜리 코너라는 약점을 역이용해 강점으로 승화시킨 과정을 살펴본다. 우리는 지금의 유재석이 수많은 실패와 좌절, 지독하게 길었던 무명 시절을 통해 빚어진 사람이라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강호동과 이경규 역시 슬럼프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둘은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전장을 슬기롭게 찾아냈고 이내 재기에 성공했다. [무릎팍도사]의 사이드 메뉴 같았던 [라디오스타]는 바로 그 점을 B급 정서로 녹여내 1등 부럽지 않은 2등의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

2장 「기울어가는 기획을 일으키는 법」은 피드백 수용의 중요성과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의 중요성을 다룬다. [더 지니어스]가 수많은 비판과 항의에도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즉각적인 피드백 수용에 있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인터넷과 TV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방송을 만들어내는 통섭의 묘를 발휘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기획은 없다. 주변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속적으로 수정 및 개선하는 노력이 완벽한 기획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또한 탁월한 기획은 매체의 경계를 넘나든다. 담장에 올라서면 새로운 세상이 보이듯이 경계를 넘어서면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가 보일 것이다.

3장 「선두 주자가 움직이는 법」에서는 나영석 PD의 성공비결과 tvN이 숱한 명품 드라마를 만들어낸 비결을 다룬다. 나영석의 성공 사례는 흥미롭게도 ‘조금 더’가 아니라 ‘조금 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배제하는 뺄셈의 논리로 가득하다. 그의 여정을 검토하면서 내 기획에도 본질만 남기는 뺄셈이 필요한 건 아닌지 함께 고민해보자. [응답하라] 시리즈, [시그널], [또! 오해영] [치즈 인 더 트랩], [디어 마이 프렌드] 등 tvN의 드라마가 2016년 안방극장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tvN이 드라마 시장의 절대강자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한 타깃팅에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요 고객층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리고 그 영역을 조금씩, 꾸준히 계속 늘려나갔다.

4장 「시대의 욕망을 읽는 법」은 유행과 트렌드, 나아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캐치해 성공을 거둔 예능과 드라마를 다룬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을 강타한 트렌드를 꼽자면 ‘혼밥’ ‘먹방’ ‘복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방송가는 기획에 어떻게 녹여냈을까? 새로이 등장한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은 기획은 어김없이 성공을 거두었다. 1인 가구의 달콤씁쓸한 일상을 진솔하게 보여준 [나 혼자 산다], 감정소모조차 버거운 ‘n포세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슬퍼도 울지 않는 이별노래들, 생활사 위주의 세밀한 고증으로 시대의 분위기를 재현한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 요인을 살펴봄으로써 시대의 욕망을 세심하게 포착하는 신의 한 수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승한 지음 | 페이퍼로드 | 288쪽 | 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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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의 철학…'보수'의 길을 안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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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다빈 동네북서평단 공학박사] [편집자주] 출판사가 공들여 만든 책이 회사로 옵니다. 급하게 읽고 소개하는 기자들의 서평만으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속도와 구성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세히 읽고 소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모였습니다. 머니투데이 독자 서평단 ‘동네북’(Neighborhood Book). 가정주부부터 시인, 공학박사, 해외 거주 사업가까지. 직업과 거주의 경계를 두지 않고 머니투데이를 아끼는 16명의 독자께 출판사에서 온 책을 나눠 주고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네북 독자들이 쓰는 자유로운 형식의 서평 또는 독후감으로 또 다른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동네북 회원들의 글은 본지 온·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동네북] 로저 스크러튼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보수주의자는 드물지 않다. 그러나 지적 보수주의자는 드물다.”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의 저자 로저 스크러튼의 책 첫 마디다. 이 책은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가 있기 전에 쓰인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영국의 브렉시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시행한 ‘오바마케어’의 정책 관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운명을 예견했다.

물론 그가 갖고 있는 보수적 시각에서의 관점이다. 로저 스크러튼은 영국의 보수 지식인을 대표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보수주의를 여러 가지로 정의한다. 이중에서 “보수주의는 긍정의 문화”라는 주장이 가장 와 닿는다.

우리나라의 지금 현실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립이 심화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지식인, 특히 ‘지적 보수주의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보수란 무엇일까’라는 의구심을 항상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충분히 그 답을 준다. 아울러 보수에 대한 생각을 읽고자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보수주의는 애착의 철학”이라고 말한다. 또 “자유를 지키고 앞선 세대에게서 물려받은 것을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현실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보수주의 관점에서 비판한다. 국가와 종교, 경제, 외교, 환경, 교육 등 우리의 삶을 둘러싼 대부분의 분야에 적용되는 보수주의의 기본 생각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특히 평등을 내세운 교육이 진정한 교육 목표를 강탈하여 교육적 퇴락을 가져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끊임없이 미래의 예산을 당겨쓰는 복지국가의 치명적 붕괴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정치적 문제에 대한 그의 비판은 무척 예리하다. 미국, 영국, EU국가들의 이민을 둘러싼 비판이 그것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심각한 국가적 정체성과 이념 대립의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수에 의해 결정되는 힘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눈에 띈다. 그는 “다수보다 더 중요한 누군가는 다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며 “그는 군중이 듣기 싫어하는 질문, 정당성을 따지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다. 반론이 보호되어야 이성이 국정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는 문이 열린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힘의 독재’가 아닌 ‘타협의 논리’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 ‘우리’와 ‘국가’ 그리고 ‘국민’이라는 명제에 대한 설명은 한 번쯤 꼭 살펴봐야 한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우리’라는 것이 전제된다는 내용이다.

로저 스크러튼은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물려준 과거의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는 책무의 연결선이 있다”며 단순한 비용 편익 계산이 아닌 물려받은 편익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통해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이는 그가 갖고 있는 보수주의에 대한 기본 생각이자 인류 공동체가 지녀야 할 근본 철학이기도 하다.

“훌륭한 유산은 쉽사리 파괴되지만 쉽사리 창조되지 않는다”는 그의 원칙과 신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 로저 스크러튼 지음. 박수철 옮김. 더퀘스트 펴냄. 320쪽/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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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빈 동네북서평단 공학박사

"상처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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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좀비비추 동네북서평단 시인] [편집자주] 출판사가 공들여 만든 책이 회사로 옵니다. 급하게 읽고 소개하는 기자들의 서평만으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속도와 구성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세히 읽고 소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모였습니다. 머니투데이 독자 서평단 ‘동네북’(Neighborhood Book). 가정주부부터 시인, 공학박사, 해외 거주 사업가까지. 직업과 거주의 경계를 두지 않고 머니투데이를 아끼는 16명의 독자께 출판사에서 온 책을 나눠 주고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네북 독자들이 쓰는 자유로운 형식의 서평 또는 독후감으로 또 다른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동네북 회원들의 글은 본지 온·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동네북] 박민근 ‘나는 내 상처가 제일 아프다’]

요즘 들어 책 한 권을 한자리에서 다 읽고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어디 책뿐이겠는가. 스마트폰 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하나에 집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 ‘나는 내 상처가 제일 아프다’는 그걸 가능하게 해 준 책이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쓰여 있고, 적절한 예시로 인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솔직히 책 제목을 보면서 그저 그런 쉽게 쓰인, 추상적인 말들로 가득한, 유행의 한 골목을 차지하는 책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읽었다. 그런데 웬걸 문장을 끌고 가는 힘이 범상치 않았다. 기형도의 시를 인용하기도 하고, 동양철학과 심리학 관련 이론들을 함께 제시하면서 나의 불신은 어느 새 사라지고 몰입하게 됐다.

우린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씩 품고 살아간다. 어떤 상처가 더 크고 더 작다고 말할 수 없다. 책의 제목처럼 ‘나는 내 상처가 제일 아프’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상처를 감당하고 이겨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독서나 강의를 통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문 상담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상담가의 도움을 받을 경우 훨씬 구체적이면서 빠른 기간에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여러 고충이 따르겠지만.

책은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와 그에 따른 치료방법(?)을 소개한다. 성공만을 꿈꾸다 보니 불안장애를 가지게 된 보험설계사, 사람보다는 피규어를 더 사랑하는 학원 강사, 남편의 폭행으로 힘들어 하는 아내, 스트레스로 음식 조절을 하지 못하는 방송작가, 꿈을 잃어버린 사람,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낫다고 하는 사람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혹은 나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서든 비슷하다. 대부분은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갈등이다. 양상은 나 자신과의 갈등이거나 혹은 개인과 개인의 갈등이거나 개인과 사회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니 상처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다만, 그 상처를 어떻게 극복 혹은 좋은 에너지로 전환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상처를 더 큰 에너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의 적은 나라는 말이 있다. 결국 상처를 받는 것도 그 상처를 이겨내야 하는 것도 나다.

상처에서 꽃이 핀다는 말이 있다. 옹이가 많은 나무도 봄이 되면 파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스스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절망을 희망으로 치환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렇게 내면의 근육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을까.

◇나는 내 상처가 제일 아프다=박민근 지음. 레드박스 펴냄. 276쪽/1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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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비추 동네북서평단 시인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눈썹에 불이 날 만큼 화급한 ‘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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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친 일이 너무나 급박해서 즉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이르는 말이 있습니다. ‘초미(焦眉)’입니다. 화급(火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초미는 눈썹에 불이 붙었다는 뜻입니다. 보통 ‘초미의’ 꼴로 쓰이지요.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하는데, 매우 급하고 중요한 관심사라는 뜻입니다.

焦는 참새처럼 작은 새를 불에 그스는 모양의 글자로 그슬다, 태우다, 애태우다 등의 뜻을 가졌습니다. 마음으로 애를 쓰며 속을 태운다는 뜻의 노심초사(勞心焦思)에도 쓰입니다. 초토(焦土)는 불에 타서 검게 된 땅이나 불에 탄 것처럼 황폐해지고 못 쓰게 된 상태를 이르는 말이지요. 불에 다 타버려서 땅이 잿더미로 변한 것이 초토화입니다.

眉는 눈 위쪽에 난 털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눈썹입니다. 눈썹 사이를 미간(眉間)이라 하고,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사람이나 작품 내용 중에 매우 뛰어난 부분을 비유하는 말 백미(白眉)에도 있습니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마씨 오형제가 모두 훌륭했는데 흰 눈썹을 가진 넷째 마량이 가장 뛰어났다는 데서 나온 말이지요. 막내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장본인 마속.

꼬인 나라 안 사정에다 덩치 큰 나라들이 대놓고 깔보려는 꼴을 접하면서 우리에게 무엇이 중하고 급한지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눈썹에 불이 붙었습니다.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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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역사속 인물] 시인 박인환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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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문화부장]
‘세월이 가면’, ‘목마(木馬)와 숙녀’ 등을 쓴 시인 박인환이 1956년 3월 20일 심장마비로 요절했다. 향년 30세였다.
박인환은 ‘명동의 백작’이라고 불릴 만큼 멋쟁이였다. 헌칠한 키, 수려한 외모, 뛰어난 시적 감수성 덕분에 그는 늘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다. 1956년 3월 어느 날, 명동의 ‘경상도 집’에서 문인들이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박인환이 즉석에서 한 편의 시를 썼고, 동석한 작곡가 이진섭이 곡을 붙였다. 이 노래를 옆에 있던 나애심과 테너 임만섭이 불렀다. 세월이 가도 잊혀지지 않는 노래 ‘세월이 가면’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박인환은 해방 뒤 2년간 파고다 공원 근처에서 ‘마리서사’라는 서점을 운영했다. 김경린, 김수영 등 많은 문인들이 이 서점을 찾아왔고, 마리서사는 한국 모더니즘 시운동의 본거지 구실을 했다. 박인환은 시인 이상을 기다린다며 사흘 동안 쉬지 않고 술을 마셨고, 그것이 심장마비로 이어졌다.

ⓒ매일신문 – www.imaeil.com

도림사, 지역 복지시설에 쌀 100포 매달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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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수 기자 [email protected]]
대한불교조계종 도림사는 최근 ‘부처님의 자비로 이웃과 함께’를 실천하기 위해 지역의 복지시설에 쌀 지원을 약속하는 약정식을 가졌다.
이에 따라 도림사는 3월부터 갓바위 치매센터에 15포(10㎏)를 비롯해 성덕실버타운 15포, 동구 지묘청년회 20포, 거창군 삶의 쉼터 20포, 합천 미타요양원 30포 등 100포를 매달 이들 단체에 지원한다.
도림사 주지 종현 스님은 “도림사는 법당의 부처님께 불자들이 원력으로 올렸던 쌀을 모아 복지시설에 전달해오고 있다”면서 “20여 년 진행됐던 불사도 거의 마무리돼 앞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 부처님의 자비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신문 – www.imaeil.com

서랍 속에 담긴 빛바랜 추억의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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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소라 동네북서평단 출판컨설턴트] [편집자주] 출판사가 공들여 만든 책이 회사로 옵니다. 급하게 읽고 소개하는 기자들의 서평만으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속도와 구성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세히 읽고 소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모였습니다. 머니투데이 독자 서평단 ‘동네북’(Neighborhood Book). 가정주부부터 시인, 공학박사, 해외 거주 사업가까지. 직업과 거주의 경계를 두지 않고 머니투데이를 아끼는 16명의 독자께 출판사에서 온 책을 나눠 주고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네북 독자들이 쓰는 자유로운 형식의 서평 또는 독후감으로 또 다른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동네북 회원들의 글은 본지 온·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동네북]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어느 철학자가 들려주는 56편의 문방구 애정 고백록]

연필, 지우개, 볼펜, 연필깎이, 원고지, 만년필, 풀, 자, 가위, 클립, 주머니칼….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시절부터 내 책상 위에 자리 잡고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문방구들이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편집자라는 직업을 택한 덕분에 여전히 내 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친숙한 벗들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만큼 열렬한 마니아는 아니지만 내 서랍 속에도 ‘나의 사랑하는 문방구’ 친구들이 얌전하게 자리 잡고 있다.

평생을 문필가이자 철학자로 살았으며 120권이 넘는 일기를 썼다는 저자는 56개의 문방구에 얽힌 기억과 애정을 생생하게 기록해 나간다.

“전에 책을 낼 때 제법 나이가 든 출판사 사람과 레이아웃을 상의한 적이 있다. 서로 의논하며 레이아웃 용지에 연필로 선을 긋고 잘못 그으면 지우개로 지우는 일이 끝나고 그가 돌아간 뒤 지우개가 굴러다니기에 다음에 만날 때 돌려주려고 주웠다. 그랬더니 아이들과 똑같이 연필로 찌른 주사 자국이 있었고 전화번호로 보이는 숫자도 적혀 있었다. 순간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지우개는 잘못 쓴 부분을 지워주는 고마운 물건임에도 장난질과 괴롭힘을 당하는 숙명을 짊어지고 있구나.”

지우개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그래, 나도 지우개에 샤프로 그림도 그려 넣고, 괜히 쿡쿡 찔러 구멍을 내기도 하고, 지우개밥을 열심히 뭉쳐서 이런 저런 모양을 만들곤 했지.’

어디 지우개뿐이랴. 교실에서 압정을 밟았던 아픈 기억, 책상을 온통 잉크 자국으로 물들였던 잉크병, 처음 선물 받았던 만년필의 추억, 먹물 묻은 붓을 빨지 않고 두었다가 굳어진 붓 때문에 고생하는 서예시간의 추억 등등 문방구에 얽힌 저자의 추억담은 끝없이 이어진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듯한 정겨운 추억담은 서랍 속에 담긴 빛바랜 추억을 현실로 소환하는 마법의 주문 같았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어린 시절 좋아했던 문방구의 모습들이 점점 또렷하게 떠올랐다. 선물 받아 소중하게 아껴 썼던 마루젠 문구의 오리온 지우개, 날마다 연습장에 대고 구름 모양을 그려대던 구름자, 원모양이 예쁘게 그려지지 않아 괜히 제품 탓을 했던 컴퍼스, 늘 좋아했고 지금도 나만의 서재가 생기면 꼭 갖춰 놓고 싶은 교무실의 대형 지구본…. 추억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물건은 물건을 거쳐 간 사람들의 흔적과 기억이 켜켜이 쌓이는 장소다. 저자는 단순히 물건에 대한 잡학사전 같은 지식이 아니라 그 흔적과 기억을 되새김질하는 사색의 시선으로 문방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것이 수십 년의 세월과 이국의 저자라는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넘어 우리에게 공감대를 선사하는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혹시 별 쓸모도 없는 문방구 이야기를 시시콜콜 하게 쓴 이야기를 왜 읽어야 하냐고 의문을 품을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저자의 이 말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문화에는 어떤 저력을 가진 탄탄한 뿌리가 있지만 그 위에 세워진 부분은 의외로 약하다. 어리석은 권력자가 나타나 이 문화는 아무 쓸모없다고 터무니없는 말을 하기 시작하면 간단히 무너진다. 저항할 힘조차 없다. 나는 이것이 무서웠다. 전쟁 중에 질이 떨어지고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대용품이 등장하는 와중에 어쨌든 문화를 지키겠다는 저항이 문방구에는 있었다. 나는 그런 것을 기념하기 위해 나무젓가락에 못을 받은 컴퍼스니 판지로 만든 구름자니 앰풀처럼 생긴 병에 든 잉크 따위를 소중히 보존하고 있다.”

전쟁과 같은 비상상황뿐만 아니라 경제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문방구와 같은 용품은 소모적이고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는 그것이 소소한 문방구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경시 풍조는 순식간에 더 넓은 문화 전체로 확대될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처럼 쓸모없다고 여길 수도 있는 문방구를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문화를 지키는 힘’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 구시마 마고이치 지음. 심정명 옮김. 정은문고 펴냄. 224쪽/1만 1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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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라 동네북서평단 출판컨설턴트

슬픔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일러 국가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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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시스, 배철현의 비극읽기 비극 주인공은 희생양이다

아테네의 공연장. 시민들은 여기에 모여 비극을 보고 함께 눈물 흘리며 공동체로서의 결속을 다졌다. 비극의 주인공은 희생양이었다.
우리는 함께 슬퍼할 줄 모르는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 어떤 과학자는 인간은 이기적인 유전자에 의해 조작 당하는 허수아비 유전체에 불과하다고 인간을 폄하한다. 찰스 다윈은 1859년에 저술한 ‘종의 기원’ 서문에서 인간을 “손톱과 발톱이 피로 물든 본성”을 지닌 동물로 정의했다. 19세기는 국가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을 기초로 한 자본주의가 개인 우선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를 낳았다. 국가는 무엇이며, 그 안에 거주하는 국민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한을 잃고 분노에 기댔다

국가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나는 국가를 ‘집단적으로 당한 어떤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함께 슬퍼하는 공동체’라고 정의한다. 우리는 수천년 동안 지형적인 특수성 때문에 강대국에 둘려 수많은 외세의 침입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질곡과 회한의 세월을 견뎌왔다. 우리에겐 한(恨)이란 독특한 유전자가 있다. 우리는 이 유전자를 가지고, 경제적으로 행복하고, 정치적으로 성숙한 나라를 이루기 위해, 지난 40년간, 빠른 속도로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정보화를 이뤄 이 정도로 살게 되었다.

우리에게 다가온 갑작스런 경제적인 풍요는 우리 문화에서 함께 슬퍼하는 ‘한’을 몰아내고, 그 대신 개개인이 즉흥적이고 사사로운 일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분노(憤怒)를 수용하였다. 이 분노에 쌍둥이 동생이 있다. 바로 망각이다. 망각은 과거를 송두리째 버리고, 그 순간 그저 웃고 떠드는 가벼움을 선사하였다. 우리가 매일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TV는 남을 흉내내거나, 남이 먹거나 노는 모습을 보고 웃거나, 현실을 망각하기 위한 판타지를 파는 프로그램로 가득 차 있다. 쉽게 화내고 가볍게 웃고 마는 문화,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보는 문화가 급속도로 자리 잡았다. 함께 슬퍼하는 것이 어색하다. 국가적으로 아무리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도, 그 비극을 직접적으로 당한 당사자 이외에는, 대부분은 별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망각에 대한 저항, 그것이 비극의 기원

국가는 비극적인 사건을 충분히 슬퍼하는 정교한 의례와 문화를 통해 탄생한다.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이 공동체의 씨앗이다. 국가는 혈연이나 지연으로 엮어진 이익집단이 아니라, 슬픈 이야기를 공유하는 집단이다. 이스라엘 소설가 아모스 오즈는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유대인들의 정체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국가는 피로 연결된 공동체가 아니라, 이야기를 공유하는 정신적인 공동체다.” 슬픈 이야기는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하나로 묶는 거룩한 끈이 된다. 이 끈으로 묶인 사람들은 공동체의 다른 사람이 겪은 비극적인 이야기를 듣고, 마치 자신이 그 비극을 당한 것처럼 함께 눈물을 흘린다.

서양문명은 비극적인 이야기를 자세히 기록하는 역사서술과 그 안에서 비극적인 이야기를 함께 상기하는 공동체적 노력으로 탄생하였다. 이 공동체적 노력이 기원전 5세기에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 등장한 ‘비극공연’이다. 아테네 지도자들은 의도적으로 ‘비극공연’이란 문화를 주도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다지고 서양정신과 문명을 탄생시킨다. 이들이 매년 춘분 때 개최한 ‘비극공연’은 문명국가로 태어나기 위한 통과의례였다.

최선을 자극하는 공정 경쟁, 그것이 민주주의

고대 그리스인들은 가장 감동적인 비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공정한 경쟁’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였다. 고대 그리스어로 ‘경쟁’을 ‘아곤’(agon)이라 부른다. ‘아곤’은 이 당시 시작된 올림픽 경기, 전차 경주, 합창 경연, 그리고 비극 경쟁에 모두 사용된 핵심단어다. 오늘날 예를 찾자면, 올림픽 경기, 포뮬러 원 자동차 경기, 노벨문학상을 타기 위한 경쟁, 오페라와 발레 경연대회다. 이 문화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신이 바로 ‘공정 경쟁’이다. 누구나 사회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참여하여, 자신의 최선을 무대에 올린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고대 그리스가 정치적으로 발견한 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20세기 초까지 거의 모든 국가들이 왕정국가였는데, 아테네인들은 이미 기원전 5세기에 새로운 정치제도를 실험하고 있었다. 그 근간이 바로 경쟁이었다. 우리는 자신의 최선을 보이는 비극배우, 작가, 운동선수, 가수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그들은 우리 각자 안에 숨겨진 최선을 자극하여, 우리도 그런 삶을 살 수 있다고 격려하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해 인간 안에 잠재된 탁월함과 최선이 발현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무대에 올린 작품은 희극이자 비극이었다. 아테네 시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원형극장에 모여 함께 비극작품을 숨죽여 보았다. 이들은 대부분 참전용사들이다. ‘비극’(悲劇)이란 한자는 비극공연의 목적을 담고 있다. ‘슬픔’을 의미하는 ‘비’悲에는 자신이 당한 어려운 처지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이나 신세한탄을 넘어서는 숭고한 의미가 숨어있다. ‘자신이 아닌’(非) 타인의 슬픔을 자신의 슬픔으로 ‘생각하는 어진 마음’(心)이다. ‘비극’이란 연극공연을 통해 타인의 슬픔을 자신의 슬픔으로 만들려는 공동체적 수련이다.

불교에서도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체득한 네 가지 마음이 있다. ‘자비희사’(慈悲喜捨)다. 함께 사랑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용서하여 평정심을 가지는 마음이다. 네 가지 마음에 두 번째가 바로 ‘비’悲다. ‘비’悲는 원래 산스크리트어 ‘카룬나’(karuna)를 한자로 번역하면서 만들어진 단어다. ‘카룬나’는 상대방의 슬픔을 자신의 슬픔으로 여기는 마음일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슬픈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미리 그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담긴 배려의 마음이다. 마치 어린아이를 돌보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아이가 아플 때, 그 순간 어머니가 느끼는 마음이다.

비극의 주인공은 희생양

고대 그리스인들은 ‘비극’을 ‘트라고디아’(tragodia)라고 불렀다. 영어 ‘트래지디’(tragedy)가 이 단어에서 유래하였다. ‘트라고디아’의 원래 의미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이 있다. 그 설명들 중 하나가 ‘염소(트라그)를 위한 노래(아오이디아)’다. 비극 경연대회는 아테네 시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종교축제였다. 아테네인들은 원형극장에 함께 모여, 자신들이 알게 모르게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기억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제물이었다. 염소는 그들의 잘못을 대신 짊어지는 동물이다. 그런 동물을 흔히 ‘희생양’이라고 부른다. ‘희생양’이란 영어단어 ‘스케이프고트’(scapegoat)의 정확한 번역은 ‘희생염소’다.

비극공연이라는 희생제사 의례에 참여한 관객들은 비극공연의 주인공을 ‘희생염소’라고 여겼다. 관객들은 비극의 주인공이 겪는 비극을 관찰하면서, 두 가지 감정에 휩싸인다. 첫 번째는 주인공의 비극이 자신에게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관객이 비극공연에 몰입하면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으로부터 탈출하는 ‘황홀경’을 경험한다. 관객이 배우와 자신을 ‘하나’라고 묶는다. 그 순간에 비극이 가져다 주는 ‘공포’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엄습한다. ‘공포’는 황홀경을 가져다 주는 선물이다. 두 번째는 ‘공포’를 통해 배우의 감정이 나의 감정이 된다. 이런 감정의 완벽한 전이를 ‘연민’이라고 부른다. 관객이 ‘연민’의 단계에 도달하면, 주인공의 희노애락이 바로 관객의 희노애락이 된다. 고대 아테네 시민 모두가 비극공연을 보면서, 집단적으로 공포와 연민을 느낀다. 그들은 ‘공포와 연민’을 통해 공동체 정체성을 획득하여, 자신들이 지닌 불필요한 죄책감을 씻어버린다. 우리는 이 씻어버림을 카타르시스라고 부른다.

최초의 비극 아이스킬로스의 ‘페르시아인들’

최초의 그리스 비극작품은 기원전 472년에 아테네에서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초연된 ‘페르시아인들’이다. 고대 그리스에 위대한 세 명의 위대한 비극작가들이 있다. 시대순으로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다. 그리스 비극은 대부분 그리스 신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내용을 각색한 작품이다. 그러나 ‘페르시아인들’만은 예외다.

‘페르시아인들’은 고대 그리스의 최초의 작품이자 아테네와 그리스가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한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유일한 작품이다. 아이스킬로스는 기원전 480년에 일어난 페르시아 제국과 아테네를 중심으로 결성된 그리스 연합군이 살라미스 해협에서 격돌한 ‘살라미스 해전’을 다뤘다. 작가 아이스킬로스는 기원전 490년, 그 유명한 ‘마라톤 전투’에서 참전 군인이었다.

아테네는 아이스킬로스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후원자를 지목한다. 그 후원자가 바로 아테네 민주주의를 완성시킨 페리클레스다. 후원자를 ‘코레고스’(choregos)라고 부른다. 코레고스는 무대장치, 배우, 합창대, 오케스트라 월급 등 비극이 무대에 올리는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불한다. 아이스킬로스와 페리클레스의 만남으로 아테네의 기적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그리스인들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으며, 더욱이 자신들의 원수인 페르시아인들만 등장하는 ‘페르시아인들’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 했을까?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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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8할은] '뉴욕 지성계의 여왕' 수전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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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에 버클리대 입학, 25세에 박사 딴 평론계의 거인

수전 손택은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 불렸다.
수전 손택은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 불렸던 작가이자 평론가. 1933년생으로 15살 때 버클리대에 입학했을 뿐 아니라 입학 직후부터 문학과 예술에 대한 책을 체계적으로 읽어나가는 학생으로 유명했다. 25살 때 하버드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도 영국 프랑스 등을 돌아다니며 공부를 계속 이어나갔다. 17살 때 결혼해 8년 뒤 이혼했다.

처음엔 미국 대학 강단에 섰는데 이 때 발표한 글들로 문단에서 서서히 주목 받기 시작했다. 손택의 이름을 각인 시킨 건 역시 1966년 책으로 묶어 낸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다. 책 제목 그대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데 전문가나 평론가의 주석과 해설은 오히려 걸림돌이 될뿐이며,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아름다움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감상자의 직관적인 느낌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담았다. 이는 문화를 둘러싼 기존 담론의 벽들을 허물어뜨린 계기가 됐고, 1960년대의 분위기 속에서 손택은 새로운 문화의 기수가 됐다. 그런 손택이었던 만큼 언행에 거침이 없었다. “백인은 인류사에서 암적인 존재”라는 극단적 표현을 썼으나,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잘못했다. 암환자를 모독했다”고 맞받아친 건 유명한 일화다.

이런 성향이었던 만큼 손택은 정치적 활동으로도 유명했다. 1960년대 이미 베트남전 반대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1980년대 ‘악마의 시’ 파문 당시 작가 샐먼 루시디 보호운동에도 관여했고, 사라예보 내전, 9ㆍ11테러 등 굵직굵직한 국내외적 이슈에 끊임없이 참여했다.

1988년 국제펜클럽 미국지회장 자격으로 서울을 찾아 김남주 시인 등 구속 문인 석방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0여권의 책을 펴냈고 이 책들은 26개국에 번역 소개됐다. 국내에서는 ‘타인의 고통’ ‘사진에 관하여’ ‘은유로서의 질병’ ‘다시 태어나다’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 때문에 작가보다는 평론가, 에세이스트로 각인되어 있다. 유방암, 자궁암 등과 사투를 벌인 끝에 2004년 12월 골수성 백혈병으로 자택에서 숨졌다.

조태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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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삶으로 비평의 참된 의미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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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팔할은] 정여울 문학평론가의 ‘수전 손택’

평론가이자 작가 정여울. ‘공부할 권리’,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등을 썼다.

예술은 의식주를 비롯한 여러 가지 기본적 욕구가 해결되어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고차원의 자유일까.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처럼,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 및 애정의 욕구, 자존과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다 실현된 다음에야 느끼는 것이 예술을 향한 감동의 욕구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 욕구단계이론에는 예술을 통한 자기표현의 욕구가 명시되어 있지도 않다. 의식주, 안전, 애정, 존중, 자아실현 등 인간의 모든 욕구는 소중하지만, 이렇게 단계별로 나뉘어져 그래프로 중요도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욕구들 사이에는 수많은 교집합이 있고, 때로는 어느 것이 상위이고 어느 것이 하위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나는 우리 존재의 가장 밑바닥에 예술을 향한 열망이 물처럼, 공기처럼, 흙처럼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의식주가 위협 당할수록, 평화로운 삶이 위협 당할수록, 가장 원초적인 자존감이 위협 받을수록, 예술에 대한 욕구는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내 이런 생각의 뿌리를 더듬다 보니 이런 나의 감수성에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사람은 미국의 평론가이자 작가인 수전 손택이었다. 수전 손택의 글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비평가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또한 손택이 아니었다면 비평가에서 작가로 변신하는 것이 내게는 너무도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손택에게 ‘비평가로서의 평론’과 ‘작가로서의 창조적 글쓰기’는 그렇게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비평가에서 소설가로, 에세이스트에서 연극연출가로 종횡무진의 활동을 펼쳤지만, 그 어느 하나도 갑작스럽거나 이질적인 행보는 아니었다. 그녀에겐 그 모든 글쓰기와 사회적 실천이 공작새의 찬란한 무지갯빛 날개처럼 하나의 몸에서 우러나온 여러 개의 변화무쌍한 스펙트럼이었다.

누군가의 영향력이 진짜 빛을 발휘할 때는 ‘삶이 정말 힘겹다’고 느낄 때다. 시도 소설도 아닌 평론을 쓰고 있자니 부모님의 반대가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왔다. 내가 평론을 시작했을 때 가장 싫어하신 분들은 부모님이셨고, 주변 사람들은 “그래서 너는 이 다음에 뭘 할 건데?”라고 묻곤 했다. ‘설마 평론을 계속 할 생각은 아니지?’하는 공격적인 암시가 느껴지는 질문이었다. 바로 그때 ‘나는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할까’라는 고민을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옳은 것일까’로 바꾸어 준 사람, 그가 바로 손택이었다.

그녀의 비평 자체가 곧 창작이었고, 그녀의 비평 자체가 곧 타인의 삶에 참여하는 길이었으며, 그녀의 비평 자체가 그녀의 삶과 떼어낼 수 없는 실천이었다. 손택은 죽는 순간까지 평론가였지만 평론의 프리즘을 통해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해냈다. 그녀는 평론의 대상을 세상 전체로 확장시킴으로써, 평론의 형식을 곧 창작의 형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더 이상 텍스트에 기생하지 않는 평론의 장을 열었다. 그녀를 알게 된 후 나는 내 한계를 똑바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비평의 기생성은 비평 자체의 무능이 아니라 존재의 무능일 뿐이라는 것을. 내가 우울한 것은 비평 때문이 아니라 비평을 통해 세상에 뜨겁게 참여하지 못하는 이 새가슴, 소심증 때문이라는 것을.

손택은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감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해석학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성애학(erotics)이다.” 바로 이것이다. 그녀는 일상보다 드높은 곳에서 예술의 가치를 찾지 않았다. 그녀는 예술을 사랑함으로써 삶을 더 사랑할 수 있는 길을 끊임없이 탐색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품의 의미를 쥐어짜내는 분석이 아니라 작품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예민한 후각, 청각, 시각, 미각, 촉각을 갖는 것이며, 작품 속 인물의 고통을 곧바로 내 것으로 아파할 수 있는 통각을 날카롭게 벼리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비평이란 타인의 슬픔에 참여할 수 있는 실천적 힘이었다.

1993년 당시 손택은 전쟁의 총성과 폐허로 얼룩진 사라예보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했다. 사라예보 바깥에서 전쟁을 관망하던 사람들은 그녀가 목숨을 걸고 사라예보까지 달려가 ‘그토록 우울한’ 연극을 연출하는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확신했다. 배우들과 관객들이 극장을 오가다 폭격을 맞거나 저격수에게 총격을 당해 죽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모두 현실도피적인 오락물만을 원한다는 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라고.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사라예보 사람들도 자신이 처한 현실을 예술로 변형하고 확인하는 것에서 오히려 힘과 위안을 얻는다고. 살아있다는 것을 가장 뜨겁게 확인하는 길은, 우리가 단지 먹고 입고 자는 존재가 아님을 깨닫는 길은, 바로 ‘예술’을 사랑하고 실천함으로써 우리가 인간임을 잊지 않는 일이 아닐까. 사라예보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은 바로 스스로에 대한 존엄성이었으며, 그 존엄성을 회복하는 길은 폭격 소리가 울려 퍼지는 전쟁터에서도, 여전히 고도를 기다리는 희망의 몸짓이 아니었을까. 그녀의 비평은 세상에 대한 사랑이었고 타인의 고통을 향한 울음이었으며 그 고통을 낳은 자들을 향한 끝나지 않는 전투였다.

단지 작가가 되거나 무슨 직업을 갖는 것이 꿈이 아니라, 세상을 더욱 뜨겁게 사랑하고 싶은 꿈, 내게 잠재된 무한한 에너지를 이 세상과 사랑에 빠지는 데 쓰고 싶다는 당찬 꿈을 갖게 도와준 사람. 그가 바로 손택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감동할 권리, 이 세상의 수많은 아름다움을 느낄 권리, 내 온 몸과 온 마음으로 이 세계가 선물하는 최고의 가치를 누릴 권리. 그것은 삶이 힘겨울수록 더욱 절절히 목말라지는, 원초적인 열망이다. 예술을 향한 욕구가 진정으로 충족되면, 사랑 받고 싶은 열망, 인정 받고 싶은 열망, 자존감을 되찾고 싶은 열망 모두가 한꺼번에 실현되는 기적 같은 감동이 일어나니까.

나는 내게 주어진 모든 감수성을 다 쓰고 남김없이 내 에너지를 불태우고 살다 갔으면 좋겠다. 예술에 대한 사랑,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사랑이 나도 모르게 넘쳐나서, 그 사랑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풍요롭고 충만한 인생을 살고 싶다. 나는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권리, 자신의 숨은 재능을 끌어내어 세상 밖으로 표출할 권리, 진정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글을 쓸 권리를 지키기 위해 그 모든 것을 가로막는 세상과 싸울 것이다.

정여울 문학평론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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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EU 지도자들에 "유럽, 새 비전 없이는 사망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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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정상회의 앞두고 교황청서 회동…”포퓰리즘 최고 해독제는 연대” 강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출범 60년 만에 최대 분열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럽 지도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없으면 EU가 죽고 말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바티칸 사도궁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EU 회원국 정상들과 만나 “현재의 유럽은 가치 공백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육체가 방향 감각을 잃고,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으면 퇴행을 경험하고, 이는 결국 사망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내주 EU 탈퇴를 공식 통보하는 영국을 제외한 EU 27개국 정상들은 이날 EU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 체결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로마에서 열리는 기념식과 특별 정상회의 전야에 교황을 예방했다.

교황, EU 27개국 정상과 회동 (바티칸시티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바티칸 사도궁에서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과 만났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6개국이 모여 1957년 3월 25일 체결한 로마조약은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유라톰)의 창설로 이어지며 통합 유럽의 기틀을 다진 계기가 됐다.

교황은 60년 전 통합 유럽의 초석을 놓은 6개국 지도자들은 파괴적인 2차 대전 직후에 미래에 대한 믿음과 혜안을 보여줬다며 “그들은 담대함을 결여하지 않았고, 너무 늦게 행동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에는 이민자와 난민에 장벽을 쌓고,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전 세계적 포퓰리즘 열풍 속에 유럽의 통합 정신이 퇴색하며 유럽에 탈(脫) EU 바람이 불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장벽과 분열의 비극은 60년 전의 선조들이 통합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계기가 됐지만 현대 유럽인들은 이를 잊고 있는 것 같다”며 “정치인들은 두려움과 위기에 사로잡혀 포퓰리즘의 희생양이 됨으로써 자신들의 편협한 시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교황은 이어 “유럽이 활력을 되찾는 최우선 요소는 연대”라며 “연대야말로 포퓰리즘, 모든 형태의 극단주의의 자양분이 되는 우리 시대의 가치 공백에 항하는 가장 강력한 해독제”라고 강조했다.

난민과 이민자의 적극적인 수용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온 교황은 “이민을 단순히 숫자나 경제, 안보 문제로 접근할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난민 위기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며 유럽 각국에 난민들에 대한 문을 닫고, 벽을 세우지 말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또 유럽인 상당수가 전쟁과 기아를 피해 삶의 터전을 떠난 난민을 안온한 삶에 대한 위협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대 유럽이 2차 대전의 폐허와 이에 따른 대량 이민으로 탄생했음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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